방상훈 회장, 방준오 사장... 조선일보 31년 만에 경영 승계

[창간 104년 기념식서 4세 경영 첫 발]
발행인·주필·경영기획본부장 등
회장 신망 두터운 간부들 그대로

내부 "당분간 '소프트랜딩' 예상…
방 회장, 경영서 손 떼진 않을 듯"

조선일보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방상훈 대표이사 사장을 회장으로, 방준오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30년 넘게 사장을 맡아온 방 회장이 장남에게 자리를 넘기고 최일선에서 물러나며 4대 경영체제의 첫 발을 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는 5일 오전 편집동 1층에서 방 회장과 방 사장 취임식 및 창간 104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임·직원이 참석한 행사에서 방 회장은 지난 30여년을 회고했고, 방 사장은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잘 하겠다, 부족한 저를 많이 도와달라’는 취지의 취임사를 각각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조선일보가 지난 4·5일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이 같은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방 사장으로선 창간일을 기해 임명 하루 만에 사장 신분으로 구성원 앞에 첫 데뷔를 하게 된 셈이 됐다.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왼쪽), 방준오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 /조선미디어 제공


31년 간 동일했던 조선일보 사장이 바뀌었다. 회사로선 방응모, 방일영-방우영, 방상훈을 거쳐 방준오까지, 4대 경영체제의 시발점을 맞았다. 30.03% 지분을 지녀 대주주이기도 한 방 회장은 1970년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로 입사해 이사, 전무, 부사장을 거쳤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 사장을 맡아왔다. 1974년생인 방준오 사장은 2003년 10월 편집국 기자로 조선일보에 입사해 워싱턴특파원, 미래전략팀장, 경영기획실 부장, 경영기획실 이사대우를 거쳐 2017년부터 부사장으로 일해 왔다.


그간 조선일보의 후계 작업은 사주 일가가 소유·경영권을 지닌 여타 언론에 비해 더디다는 평가가 있었다. ‘아들을 중간관리자로 앉혀 밑바닥부터 다지게 하는’ 방 회장의 스타일 때문이란 말이 있었지만, 방 회장의 숙부 방우영 전 회장의 지분과 영향력이 존재해 본격 경영권 승계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2016년 5월 방우영 전 회장이 별세하며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고, 이에 창간 100주년 쯤 큰 변화가 있으리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임은 방 회장의 연배 등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했다는 말도 나온다. 방씨 일가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1933년 이래 역대 경영자 중 가장 긴 재임기간을 기록한 방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76세다. 지난해부터 건강 문제로 언론계 내외에선 조선일보의 경영체제 변동에 대한 설이 지속 나온 바 있다. 방준오 사장 역시 올해 50세가 돼 방 회장이 처음 사장을 맡았던 나이를 훌쩍 넘긴 상황이기도 했다.


비록 방 회장이 최일선에선 물러난 모양새지만 경영에서 아예 손을 떼거나 그간 기조, 운영방식이 급하게 바뀌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날 이사회에서 각각 전무로 승진한 양상훈 이사 주필, 박두식 이사 경영기획본부장을 비롯해 현 홍준호 발행인 등까지 모두 방 회장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들로 평가되는 만큼 ‘소프트랜딩’을 위한 기간이 이어질 것이란 시선이다.


조선일보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 경영체제가 31년 만에 변화하겠지만 그렇다고 회장이 곧바로 경영에서 손 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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