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47) 생(生)과 사(死), 그 앞에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앞에 비키세요! 응급 환자입니다.” 누군가의 생사가 걸린 그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 결사반대’를 외칠 때 그 이면에는 이처럼 한시가 위급한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카메라 드는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새벽부터 카메라를 챙겨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진료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의 표정을 담다가 업무에 지쳐 쪽잠을 자는 의료진을 찾아 렌즈를 돌렸습니다. 이를 뒤로한 채 의사 가운을 벗은 전공의를 포착할 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럴 때면 누구를 위해 카메라를 드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공익적 가치’를 고민하다가 가방 속에 몰래 숨겨온 망원렌즈를 보곤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생사가 걸린 이들 앞에서 ‘왜’라는 고민을 수없이 하게 됩니다.


절실한 사람들은 병원 바깥에 더 많습니다. 많은 환자가 “당장 진료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병원 측 입장에 발걸음을 돌립니다. 수술이나 진료가 미뤄지고 취소된 말기 암 환자들,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병원 갈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 이들 모두 애타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내일은 병원 밖에서 ‘왜’라는 답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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