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에도 업무복귀 못해... 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재소환

[대통령 추천만 4인, 현재 위법 상태]
김유진 위원, 방송소위 참석 거부당해
11일 전체회의서 '민원사주' 의혹 다시 논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다 해촉된 야권 김유진 위원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지위를 회복했지만 류 위원장이 업무 복귀를 보류해 마찰을 빚었다. 김 위원은 후임으로 임명된 위원이 사퇴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계속된 혼란의 ‘본류’였던 민원사주 의혹은 다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5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전 김유진 위원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위원 3명 거취 봐야”...“류 위원장 직무유기”

류희림 위원장은 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회의 참석을 위해 나온 김유진 위원을 돌려보냈다. 회의 전 김유진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과 2분가량 면담했다. 김 위원은 1월17일 해촉된 뒤 한 달 만인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위원 임시지위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류 위원장은 “옥시찬 전 위원님이 가처분 신청을 하셨고 심리가 진행 중”이라며 “윤성옥 위원님도 복귀하면 (여야 구도는) 6대3이 되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있어서 그걸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야권 위원 3명의 거취 전반이 확인돼야 소위원회 배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과 함께 해촉된 옥 전 위원은 1월 법원에 임시지위 가처분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되도록 한 달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판단이 늦어지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야권인 윤 위원은 다른 두 위원의 해촉에 항의하며 회의 참여를 거부해 왔다.

김 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광고소위는 여권 위원들로만 구성돼 있어 저를 바로 투입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김 위원은 전날에도 입장을 내고 “법원 판결 이후 위원회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류희림 위원장의 의도적인 직무유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의 정당성 훼손”...위법상태 놓인 방심위

5일 김유진 위원이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성동 기자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김유진 위원이 복귀하면서 방심위는 위법 상태가 됐다. 방통위법에 규정된 방심위원 정원 9명 중 국회의장(3명)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3명) 추천을 뺀 대통령 몫은 3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권 위원 두 명을 해촉하면서 빈자리에 여권 인사인 문재완·이정옥 위원 위원을 위촉했다.

하지만 김 위원이 복귀하면서 대통령 추천 위원은 류희림·문재완·이정옥·김유진 위원 등 4명이 돼, 1명이 넘치게 됐다. 김 위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보궐 위원 두 명의 임명이 곧장 위법이 돼 지위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은 “두 분 중 한 분은 저의 해촉을 전제로 위촉돼 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자진사퇴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하는 심의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심위 노조도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위법성을 지적했다. 노조는 “줄곧 류희림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해 왔다”며 대통령은 “즉시 해촉 절차를 밟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다시 떠오른 ‘심의민원 사주’ 의혹

이어진 방심위 사태의 ‘본류’인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도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위원은 소위 배정은 보류됐지만 11일 전체회의에는 참석해 민원사주 의혹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윤성옥 위원은 “야권 위원들이 요구했던 진상규명 및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12월 MBC와 뉴스타파 보도로 류 위원장의 비위 의혹이 처음 알려진 뒤 야권 위원 3명은 진상규명과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는 안건을 제의했었다. 김 위원은 이후에도 류 위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하다 해촉됐고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건은 여전히 방심위에 계류 중이다.

가처분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김 위원의 문제 제기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할 측면이 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고, 그럼에도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을 피하지 않은 채 MBC 등 방송사들을 심의하는 회의에 참석해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 등 수십 명에게 심의민원을 제기하라고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 3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한 MBC 등 방송사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권익위, 류 위원장 부패신고 조사

류 위원장의 비위 조사는 지난한 상태다. 부패행위 신고를 받고 두 달 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동변호인단의 계속된 항의 끝에 지난달부터 조사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류 위원장을 신속히 수사해 달라는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고발한 지 두 달이 되도록 피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류 위원장이 사실상 제보자를 찾아내려 내부 감사를 벌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로 1월 고발했다.

방심위는 민원인 정보유출 내부감사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류 위원장의 수사의뢰로 방심위사무실에 압수수색까지 벌였던 서울경찰청도 이후 추가 강제수사는 없는 상황이다. 민원인들의 정보를 받아 보도한 MBC와 뉴스타파 기자들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눈에 띄는 조사는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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