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방심위원 임시지위 가처분... 여야 구도 '6대2'

김유진 위원 임시지위 가처분 신청 인용
해촉사유 된 '비밀유출' 없어

법원 "민원사주 의혹 문제제기 공익 부합"
업무복귀 여부는 불명확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다 해촉된 야권 김유진 위원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지위를 회복했다. 재판부는 김 위원을 해촉할 만한 사유가 없고, 류 위원장의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히려 공익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봤다. 방심위의 여야 구도는 6대2가 됐다.

지난달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김유진 전 위원이 해촉건의안이 상정된 전체회의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입장을 표명하는 모습. /박성동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27일 해촉 무효확인소송 등 본안 판결 때까지 김유진 위원의 지위를 임시로 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다른 야권 위원인 옥시찬 전 위원과 함께 김 위원을 해촉했다.

재판부는 먼저 김 위원이 해촉될 만한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미 많은 언론이 심의민원 사주 의혹을 보도해 자세한 내용이 알려져 있고, 김 위원이 상정한 안건에는 민원인의 개인정보 같은 업무상 비밀이 들어있지도 않다고 판시했다.

김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안건을 다른 야권 위원 두 명과 함께 제의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3일 회의가 예정된 당일 여권 위원들이 모두 불참을 통보했고, 김 위원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 안건자료를 나눠주고 내용을 설명했다. 여권 위원들은 이 일이 비밀 유출이라며 해촉 사유로 제시했다. 안건은 여전히 방심위에 계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의 해촉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했었다. 이번 재판부도 방심위원 위촉은 대통령과 위원이 같은 지위에서 체결하는 공법상 계약이라며, 해촉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전 결정 취지를 반복했다. 하지만 계약관계를 인정하더라도 아무 잘못이 없는 위원을 일방적으로 해촉한 건 재량권을 남용한 무효라는 김 위원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김유진 위원의 문제 제기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할 측면이 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심의민원 사주 의혹은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고, 그럼에도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을 피하지 않은 채 MBC 등 방송사들을 심의하는 회의에 참석해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 등 수십 명에게 심의민원을 제기하라고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한 MBC 등 방송사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방심위의 여야 구도는 6대1에서 6대2가 됐다. 하지만 김유진 위원이 곧장 업무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방통위법 시행령에 따라 재적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안건을 제의하거나 회의를 열 수 있다. 옥시찬 전 위원이 신청한 가처분도 곧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남은 야권 윤성옥 위원은 다른 두 위원이 해촉된 데 항의하며 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윤 위원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야권 위원들이 요구했던 진상규명 및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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