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경영위기에... SBS 빚보증까지 서나

SBS 자회사 스튜디오프리즘, TY홀딩스 자회사 SBS미디어넷 1627억에 인수
SBS노조 "결국 우리 자본 투입되는 것과 다름없어"

SBS 사옥. /연합뉴스

태영건설 경영위기로 인한 대주주의 SBS 물적 자원 동원이 가시화됐다.

SBS 이사회는 지난 23일 SBS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을 통해 TY홀딩스 자회사 ‘SBS미디어넷’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가는 1627억원. 스튜디오프리즘 유보금과 계열사 차입을 통해 인수 자금 327억원을 우선 마련하고 나머지 1300억원은 연리 6.5%에 빌려온다는 계획이다.

이날 SBS는 100%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이 퓨처미디어베스트제일차로부터 1300억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이 대출에 대해 SBS는 조건부 채무 인수 협약을 제공한다. 스튜디오프리즘이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상환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때 SBS가 부족자금을 대여하거나 대출 원리금을 채무 인수한다는 의미다. 이번 인수로 TY홀딩스 자회사였던 SBS미디어넷은 스튜디오프리즘의 자회사, SBS 손자회사가 된다.

이사회 직후 SBS는 사내망에 스튜디오프리즘의 SBS미디어넷 인수를 알리는 게시글을 올려 인수 목적에 대해 “SBS미디어그룹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SBS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부의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SBS가 사내망에 올린 스튜디오프리즘의 SBS미디어넷 인수 전후 SBS미디어그룹 구조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23일 ‘‘태영 위기’ 전이를 규탄한다’ 제하의 성명을 내어 “자사 유보금이 직접 동원되지 않았을 뿐,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통한 인수는 결국 우리 자본이 투입되는 것과 다름없다. SBS는 빚보증까지 서게 됐다”며 “사측은 당장 태영 리스크를 SBS에 전이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 1월12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개시되자 SBS본부는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SBS를 동원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TY홀딩스 등 최대주주는 SBS 미래와 구성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사전에 협의” 등의 내용이 담긴 대의원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SBS본부는 성명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당시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이나 담보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한 유종연 TY홀딩스 대표이사와 “현재 지주회사 체제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SBS의 경영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방문신 SBS 사장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번 인수에 앞서 TY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난 1월12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부회장에게 SBS 주식 117만여주(지분율 6.3%)를 담보로 제공하고 330억원을 빌려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지난 1월31일 SBS 자회사인 SBS콘텐츠허브는 TY홀딩스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을 231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대해 SBS본부는 “하필 태영 발 위기로 TY홀딩스에 자금이 필요한 시기와 때를 같이 하는지 공교롭다”고 짚었다. 이어 “사측은 연이은 TY홀딩스 자회사 인수가 정말 SBS의 미래와 구성원을 위한 합리적 결정이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하라. SBS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두 명은 인수 가격과 사업 전망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사측은 무겁게 받아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산업은행, 5대 금융지주 등 태영건설 채권단은 지난 23일 제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TY홀딩스 보유 SBS주식,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보유 TY홀딩스 주식 등을 담보로 태영건설에 4000억원 신규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SBS본부는 “앞으로 또 어떤 형태로 위기가 SBS로 전이될지 우려스럽다”며 “S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절대 지켜져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는 여전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의 역시 유효하다는 것을 사측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