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퇴진' vs '단협 해지'... EBS 노사, 전례없는 대치

EBS 이사회, 해결 촉구 입장문

김유열 EBS 사장이 노조의 퇴진 요구에 ‘단체협약 해지’란 강수로 맞서면서 EBS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례 없는 노사의 극한 대치에 EBS 이사회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EBS 사측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EBS 경영진 일동’은 이날 입장문에서 “사장 퇴진만을 계속 주장하면서 임단협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노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단체협약 해지 통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임단협 교섭 파행과 경영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12월4일부터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 31일엔 임단협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쟁의행위를 준비해왔다. 지난 1~5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89.0%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그러나 경영진은 임단협 파행의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렸다. 인건비 감축 등은 “EBS 이사회의 요구”이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노력”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장이 임단협 협상의 사측 대표이자 단체협약 사측 체결권자임을 인정한다면 언제든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EBS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어 “독단과 무능으로 2년 연속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 경영을 발생시켜 EBS를 위기로 몰아넣고,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며 자기 살 궁리만 하던 그들이 이제는 온갖 거짓과 왜곡으로 본인들의 잘못을 숨기며 극단까지 치달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BS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8개 직능단체도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책임감 있는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하란 EBS 구성원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민낯을 보고, 우리들은 다시 한번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EBS 이사회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이사회는 “이번 노사갈등 격화가 노사 양측이 신뢰와 성실의 의무를 망각하고 아집과 불성실로 협상에 임한 탓”이라고 지적하며 노조를 향해선 사실상 사장 퇴진 운동의 중단을, 경영진에겐 “자리를 걸고서라도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EBS측은 해당 입장문이 “구성원 9명 전원 이견 없이 일치한 입장문”이며 “21년 8기 이사회 구성 이후 처음 표명하는 입장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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