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3200억원이나 들여 YTN을 망치려 드나"

'2008년 해직사태' 책임자 김백 전 상무 사장 내정설에 YTN노조 등 반발

YTN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이 YTN 새 대표이사에 2008년 해직사태의 주역 중 한 명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졸속·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YTN 민영화가 결국 “언론장악의 외주화”를 의도한 것이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유진이엔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승인한 지 1주일 만인 14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에 YTN 지분 인수 대금 잔금을 지급함으로써 YTN 최대주주(30.95%)가 됐다. 같은 날 유진이엔티는 YTN측에 주주 제안 형식으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의 명단을 통보했다. 현재 YTN 사내이사는 우장균 사장과 김용섭 상무 등 2명인데, 다음 달 있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한 뒤 이들을 각각 사장과 상무로 앉히겠다는 계산이다. 우장균 사장 등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16일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YTN 신규 이사진 내정을 규탄했다.

문제는 새로 선임될 이사들의 면면이다. 사장 내정이 유력한 김백 전 YTN 상무는 2008년 YTN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참여한 YTN 기자 6명을 해고하고 33명을 중징계했을 당시 인사위원이었다. 이후 보도국장, 상무이사 등을 지내며 노조와 대립했고, 퇴임 뒤 2022년 창립한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이사장을 맡아 MBC 등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다. 공언련은 역시 YTN 출신인 류희림 위원장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는 단체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6일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희림 방심위의 전위대 역할을 하며 언론 장악의 선봉에 섰던 권력의 나팔수가 이제 보도 전문 채널의 사장이 되겠다고 나섰다”며 “박민의 KBS에서 벌어진 일이 김백의 YTN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낯뜨거운 ‘파우치 대담’이 24시간 방송되는 건 국민적 재앙이다”라고 성토했다.

YTN지부는 김백 전 상무를 “무능력 무자격” 인사로 혹평하며 유진그룹을 향해 “YTN의 최대 주주로서 미래 청사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니, 자본답게 이윤이라도 추구한다면, 김백 사장 선임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YTN에는 노사 합의로 만든 사장추천위원회가 있다. 사장이 되려면 대주주가 선택하기 전에, 사추위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유진그룹은 사추위 없이 사장을 내정했다”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고 YTN의 기존 제도를 따지겠다고 다짐한 방통위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승인 취소 사유가 분명하다”고도 주장했다.

YTN 새 사장으로 내정된 김백 전 YTN 상무(왼쪽)는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을 맡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우려를 괴담으로 비판하는 등의 언론 모니터 활동을 해왔다. 사진은 김 전 상무가 '공언련TV'에서 주간모니터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오른쪽은 김백 전 상무 후임으로 YTN 상무 이사를 맡았던 이홍렬 공언련 공정감시단장. /유튜브 화면 캡처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YTN의 기존 노사 협약과 공정방송 제도를 지키겠다는 방통위의 매각 승인 조건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위반하면서 ‘이명박근혜’ 시절 권력에 빌붙어 YTN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양심적 언론인 해고로 내몰았던 파렴치한을 사장으로 내정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면서 “이것이 윤석열 정권과 결탁한 언론장악의 외주화, 언론탄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YTN을 극우들의 놀이터, 유경선 회장의 사유물로 만들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망동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냐”며 “권력과 결탁해 시민의 자산인 YTN을 사유화하고 윤석열 정권에 언론장악 조공으로 갖다 바친 유경선 회장과 유진그룹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한석 YTN지부장도 “대체 왜 3200억원이나 들여 YTN을 망치려는 거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 지부장은 “유경선 회장은 ‘스트롱 YTN’을 만들겠다고 했다. 언론의 힘은 권력을 비판하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김백 같은 권력의 나팔수를 사장으로 앉히면 YTN이 강해지나”라고 물었다. 이어 “사장을 임명하면 싸움이 끝난다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진이엔티가 제안한 사내이사엔 김백 전 상무 외에 김원배 YTN 기자가 있다. 김 기자는 상무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외이사로는 김진구 유진이엔티 대표, 이연주 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안창호 변호사,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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