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감사실 인사 강행 속내 드러냈다

박 사장 "감사실 통해 불공정 보도 우선적 감사"
KBS본부 "불공정 편파보도 몰아 기자들 징계 의도"

박민 KBS 사장이 사내 감사실을 통해 자신이 언급한 이른바 'KBS 불공정 보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민 KBS 사장

14일 KBS 임시 이사회에서 여권 추천 권순범 이사는 박민 사장에게 “박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후 조치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불공정 보도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박 사장은 “이전처럼 진미위 등 특별기구를 통한 조사는 여러 법률적 논란이 있어 공식 감사를 통해 특별감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감사실 인사를 했는데 조직이 안정되는 대로 감사실에 저희가 사과를 공식적으로 한 부분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식적인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박 사장이 “감사실 조직 안정”을 언급한 건 최근 감사실 주요 부서장 인사 관련 논란과 맞물려있다.

지난 8일 KBS는 감사실장을 비롯해 감사실 주요 부서장 인사를 냈다. 이에 박찬욱 KBS 감사는 현재 일반 및 특별감사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인사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청했지만, 경영진이 감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며 인사발령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 감사실 인사는 방송법과 정관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의 이번 감사실 인사가 결국 “불공정 보도” 특별감사를 위한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KBS본부는 이사회가 끝난 직후 성명을 내어 “낙하산 박민 사장이 감사실 인사를 무리하게 단행한 저열한 저의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자신의 사람들로 채운 감사실을 동원해 향후 만들어질 낙하산 사장판 불공정 보도 백서를 기준 삼아 자신이 불공정 보도였다고 지적한 보도와 관련된 제작진을 징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민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불공정 편파 보도” 사례 4가지를 짚어내어 “주요 불공정 방송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백서를 발간하겠다.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살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당일 밤 ‘뉴스9’ 앵커리포트에선 박 사장이 언급한 보도 4건이 보도국 구성원 협의나 검증, 반론도 없이 그대로 열거돼 “사장의 뉴스 개입, 뉴스 사유화”라는 보도본부 구성원의 거센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박민 KBS 사장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4일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과문 발표에 앞서 신임 본부장 5명과 함께 박민 사장(왼쪽 세 번째)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감사실이 아닌 별도의 자체 조사 기구를 구성하려면 사측은 과반 노조인 KBS본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박 사장이 이번 이사회에서 감사실을 통해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KBS본부는 “노동자 측의 동의를 얻어 자체적인 조사 기구를 꾸리기 힘들어지자, 인사를 통해 감사실을 장악해 지난 정권 시절 KBS 보도와 프로그램의 불공정성에 책임을 가리려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8년 양승동 당시 KBS 사장은 내부 과거사 조사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를 만들고 운영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수 성향 노조인 KBS 공영노조에 의해 고발당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법원은 “진미위 운영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며, 이를 변경하는 것 역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양 전 사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이번 박 사장의 이사회 발언은 엄연히 감사의 독립성을 무시한 것으로, 대놓고 감사실을 수족처럼 좌지우지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장의 발언 자체가 감사직무규정 위반”이라며 “낙하산 사장의 지령을 받고 온 부장들로 채워진 감사실을 동원해 특별감사를 벌인다면, 그 결과는 기다려보지 않아도 편향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박 사장은 감사실을 동원해 KBS 보도와 프로그램을 폄훼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감사실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이번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