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하루 전 '단협 해지' 통보한 EBS 사장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에...
"법과 원칙 따라 노사관계 재정립" 단협 해지 응수

김유열 EBS 사장이 노조의 퇴진 요구에 ‘단체협약 해지’라는 강수를 꺼내 들면서 EBS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상 초유의 ‘무단협’ 위기에 맞서 노조는 타협 대신 사장 퇴진 투쟁의 강도를 더 높이기로 했고, 언론노조는 연대의 목소리를 보탰다.

EBS 사측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또한, 7장짜리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더 나은 EBS를 위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BS 경영진 일동’은 입장문에서 “사장 퇴진만을 계속 주장하면서 임단협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노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단체협약 해지 통고를 할 수밖에는 없다”면서 “단체협약 해지는 건설적이고 건강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영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언론노조 EBS지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임단협 교섭 파행과 경영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12월4일부터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을 벌여왔으며, 지난달 31일엔 임단협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쟁의행위를 준비해왔다. 지난 1~5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89.0%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그러나 EBS 경영진은 입장문에서 임단협 교섭 파행의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렸다. 인건비 감축 등은 “EBS 이사회의 요구”이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노력”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사장이 임단협 협상의 사측 대표이자 단체협약 사측 체결권자임을 인정한다면 언제든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EBS지부는 즉각 성명을 통해 “독단과 무능으로 2년 연속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 경영을 발생시켜 EBS를 위기로 몰아넣고,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며 자기 살 궁리만 하던 그들이 이제는 온갖 거짓과 왜곡으로 본인들의 잘못을 숨기며 극단까지 치달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EBS의 미래와 역할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리보전’만 생각하는 김유열과 그에 동조하며 간신처럼 행동하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기필코 그들로 인해 EBS가 망가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14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권 들어 언론탄압과 방송 장악 시도가 날로 노골화 되고 있는 와중에 공영방송사 사용자 중 최초로 노사관계를 앞장서서 파탄 냈다”고 성토했다. 언론노조는 “노사간 헌법과 다름없는 단체협약의 해지 통보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망동이며 공영방송에 대한 파괴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과거 권력에 결탁한 자들이 방송사 내부의 양심적 목소리를 봉쇄하려 써먹던 악질적 노조파괴 행위까지 동원하는 김유열 경영진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EBS 구성원들은 EBS가 직면한 복합적이며 구조적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고통분담에 동참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분담할 고통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헛수고가 되지 않으려면 무능·무책임 경영으로 신뢰를 잃은 김유열 체제의 혁파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김유열 경영진은 EBS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 자신들임을 깨닫기 바란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자진사퇴로 책임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자, 출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EBS 단협은 지난해 12월31일로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갱신 전까지 자동 연장된 상태이며, 단협 해지 통고일로부터 6개월 안에 새 단협이 체결되지 않으면 오는 8월9일부터 무단협 상태가 된다. 앞서 지난 2021년 SBS에서도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로 무단협 위기를 겪었으나, 76일 만에 새 단협을 체결하며 사태가 봉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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