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MBC 재허가 벼르나…"공정성 계획 보겠다"

한 달 만에 KBS·SBS 등 지상파 재허가 '지각 의결'…'공적책임·공정성 제고' 조건 상향 부과

방송통신위원회가 2023년도 재허가 대상인 KBS와 SBS 등 34개 지상파방송사업자와 141개 방송국의 재허가를 31일 의결했다. 지난해 김의철 전 KBS 사장 시절 제기됐던 ‘KBS 2TV 재허가 취소 후 민영화’ 시나리오는 이번 재허가 의결로 일단 현실화 가능성이 작아졌지만, 올해 있을 MBC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논란이 될 만한 불씨가 남았다.

방통위는 원래 재허가 기간 만료일인 지난해 12월31일 회의를 열어 재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심도있게 검토하여 재허가 여부 및 조건 등을 결정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당일 회의 취소를 통보했고, 꼭 한 달 만인 이날 회의를 열어 뒤늦게 재허가를 의결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2023년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에 관한 건 등 제3차 방송통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141개 방송국 중 88개에 ‘무더기’ 조건부 재허가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총점 1000점 중 700점 이상을 받은 1개 방송국엔 유효기간 5년을, 650점 이상 700점 미만 52개 방송국엔 유효기간 4년을 부여해 재허가를 의결했다. 650점 미만의 88개 방송국은 3년 유효기간으로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지상파방송국이 이렇게 무더기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2020년 지상파 재허가 당시엔 162개 방송국 중 2개만이, 2017년엔 147개 방송국 중 14개 만이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하면 방통위는 ‘재허가 거부’나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할 수 있으며, 조건부 재허가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는 재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650점 미만을 받은 건 대부분 지역방송이다. 지역MBC와 지역민방, CBS 등 종교방송과 YTN 라디오 등이 기준 점수에 못 미쳐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이 중 “방송사업 운영 능력 및 향후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8개사에 대해 지난 22일과 23일 이틀에 거쳐 청문을 실시했다.

KBS 1TV(UHD)는 심사 총점 700.60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KBS 2TV와 SBS DTV·UHD, MBC UHD TV도 650점을 넘겨 무난히 4년 재허가를 받았다. 지상파방송사는 우리가 흔히 보는 DTV(디지털TV) 외에 초고화질 방송을 위해 2017년 이후 개국한 UHD 방송국과 권역별 라디오 방송국 등을 두고 있으며, 각각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 방송사보다 방송국 수가 많고, 같은 사업자라도 방송국별 재허가 시점이 다르기도 한 건 그래서다. KBS 1TV(DTV)와 MBC DTV는 올해 말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MBC UHD 재허가하면서 DTV 심사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그런데 방통위는 이번에 MBC UHD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이례적으로 공정성 관련 재허가 조건을 부과하는 결정을 했다. 올해 있을 MBC DTV 등의 재허가 신청 시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객관성 확보 및 대내외 법적 소송 등 법률 관련 분쟁 관리 등 준법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및 개선 방안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재허가 조건은 이행하지 않을 시 재허가 취소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강제성 있는 조치다.

회의 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UHD를 대상으로 이 같은 조건을 걸었던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성환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 대행은 “MBC의 공적책임 이행계획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심사 의견이 있었으나 UHD 재허가 조건엔 구체적인 의무를 부여할 수 없어 올해 DTV 재허가를 신청할 때 신청서에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연합뉴스

또한, 방통위는 그동안 지상파 재허가 시 권고 사항으로 부과됐던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제고’를 재허가 조건으로 상향해 부과했다. “공정성 제고 및 취재보도 윤리 위반 방지 등을 위해 취재보도준칙, 윤리강령 등 내부규정과 관련 교육제도를 강화하여 운영하고, 내부규정을 위반한 종사자 등에 대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며 관련 이행실적을 매년 방통위에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김홍일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상파방송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상파방송사는 재허가를 단순히 정부로부터 허가권 받는 행위로 인식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공적책임을 약속하는 행위라는 걸 잊지 말고 공적책임 이행에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SBS ‘소유-경영 분리’ 재허가 조건은 빠져

KBS에는 올해 KBS 1TV(DTV) 재허가 신청 시 “실제 수신료 수입 등을 반영한 KBS2DTV, 1·2UHD 콘텐츠 제작 및 시설투자 계획 등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이 부과됐다.

SBS는 앞서 중요한 재허가 조건 중 하나였던 ‘소유와 경영분리 실현’이 재허가 조건과 권고 사항에서 모두 빠졌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시 의무조건을 부과한 점과 그동안 이행사항 등을 고려할 때 불합리한 규제 등 경영간섭이 될 수 있는 재허가 조건은 삭제했다”면서 “세전이익의 15%를 공익재단에 출연토록 한 기존 조건과 방송전문경영인 제도 유지, 자체 감사제도 등 경영 투명성 등을 유지할 합리적인 적정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재허가에서 “조건 부과 합리화를 위해 정책목표를 달성한 조건 및 이미 법령 등에 의무가 부과된 사항 등은 조건에서 삭제했다”며 “그 결과, 재허가 조건은 직전 재허가 대비 57개에서 40개로 30%, 권고사항은 직전 재허가 32개에서 14개로 56%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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