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 없이 보도국장 인사 강행… KBS 기자 200명 연명 성명

단협·편성규약 위배, 구성원 반발
KBS본부, 직무정지 가처분 대응

26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에게 단체협약이 정한 임명동의제를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출근길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KBS가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보도국장(통합뉴스룸국장) 등 5개 국장 인사를 강행했다. 노조와 기자·PD 등 KBS 구성원은 피켓 시위에 나서고, 연명 성명을 내는 등 임명동의제를 형해화한 박민 KBS 사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6일 KBS는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박진현 시사제작국장·최성민 시사교양1국장·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이상호 라디오제작국장 등 국장 5명을 임명했다. KBS 단체협약대로라면, 이들 인사 모두 각 국별 구성원이 참여하는 임명동의제를 거쳐야 했다.


이날 KBS는 임명동의제 없이 국장 인사를 단행한 이유에 대해 “임명동의를 거쳐 국장을 임명하면 사장이 인사규정, 정관, 방송법을 순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2일 법원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제기한 단체협약위반 금지 가처분신청을 각하한 결정을 들어 “임명동의제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사측이 법원의 가처분 각하 결정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판결문 어느 문구를 보더라도 임명동의제의 효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임명동의제는 방송법 위반’이라는 사측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임명동의제는 방송법 4조에 따라 KBS편성규약에 명시되어있는 제도다. 회사는 방송법에 따라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KBS본부는 5대 국장 직무권한 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조합원 대상 자체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KBS 사측의 임명동의제 무력화 시도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민 사장이 KBS 이사회에서 “임명동의제 준수는 방송법 위반” 등 이유를 들어 국장 임명동의제에 대해 노조와 단체협약 보충교섭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드러났다. 교섭노조인 KBS본부는 두 차례의 보충협의에서 조합원으로 한정하고 있는 임명동의제 참여 대상을 전 구성원으로 확대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사장의 인사권이 침해당해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만 해왔다.


사장 취임 이후에도 계속해서 5개 국장은 공석인 상황이라 임명동의제 폐지 움직임에 대한 구성원의 우려는 이미 상당했다. 그해 12월 KBS기자협회는 전체 협회원 대상 ‘임명동의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협회원 67.7%가 참여한 조사에서 90% 이상이 임명동의제 “현행 유지 필요”하거나 “보도본부 소속 전체 구성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협회 소속 기자 200여명은 통합뉴스룸·시사제작국 등 각 국별 연명성명을 내어 국장 발령자에게 지금이라도 임명동의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통합뉴스룸 기자 150여명은 지난 26일 성명에서 “우리는 5년여에 걸쳐 6차례 반복했다. 임명동의제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더 발전시켜 왔다”며 “반칙으로 첫발을 떼는 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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