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임명동의 없이 보도국장 등 인사 강행 예고...내부 반발

KBS 노사협력주간, 노조에 "5개 국장을 임명할 예정" 서신
언론노조 KBS본부 "임명 강행 시 법적 대처 돌입할 것"

지난해 11월24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여의도 KBS 본관에서 KBS 이사회를 앞두고 ‘낙하산 박민은 임명동의제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KBS 사측이 보도국장 등 5개 국장을 임명동의제 절차 없이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와 임명동의제에 참여하는 보도본부 등 각 본부 구성원은 성명을 내어 사측에 “단체협약에 따른 임명동의제를 즉각 실시하라”고 반발했다.

25일 이영일 KBS 노사협력주간은 언론노조 KBS본부에 “임명동의제에 따른 5개 국장 임명은 방송법 위반이라 시행할 수 없다. 단협 이행 가처분 신청 각하를 계기로 5개 국장을 임명할 예정이니 노측의 의견을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또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보도본부 모 주간은 편집회의에서 “조만간 국장이 오실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 주간은 국장 임명 강행 근거로 KBS본부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협약 위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각하 결정한 것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KBS본부는 뉴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와 임명 동의 없는 주요 보도·제작 간부 임명 시도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22일 “채권자(KBS본부)는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명동의제에 대해선 “그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현재 해당 직위 등의 임명이 예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본안소송 이전에 시급하게 동의 없는 임명의 금지를 구할 필요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KBS본부는 25일 성명을 내어 “(가처분 각하) 결정문 어디에도 임명동의제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은 보이지 않는다. 임명이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판단의 요지”라며 노사협력주간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KBS본부는 “이번 서신은 박민 사장이 직접 노사협력주간에게 교섭대표노조로 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인사권자 임에도 노사협력주간의 뒤에 숨어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박민 사장은 KBS 파괴행위를 중단하고 단협에 따른 임명동의제를 즉각 실시하라. 임명 강행 시 효력 정지 가처분을 넣는 등 동시 다발적인 법적 대처에 돌입할 것”이고 밝혔다.

KBS본부 취재·편집구역, 라디오구역, 시사1·2구역 등의 구성원들도 각각 성명을 내어 사측의 임명동의제 무력화 시도를 비판했다. KBS본부 취재·편집구역은 25일 성명에서 “임명동의제는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게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국장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노사 합의로 만들고 지켜온 이유는 더 나은 KBS 뉴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것이 곧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구성원들에겐 더 나은 노동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사측은 단협을 위반하고서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과 보도본부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나은 KBS 뉴스를 위한 길인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2019년 KBS 노사는 단체교섭에서 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2국장 등 국장 3명에 대한 임명동의제에 합의했고, 2022년엔 임명동의 대상을 기존 3명에서 시사교양1국장, 라디오제작국장을 포함한 5명으로 확대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사측은 5개 국장을 공석으로 두고 있는 상태다. 한편 KBS본부는 이번 각하 결정된 가처분 신청에 대해 25일 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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