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민원 사주' 의혹 비공개 결정하고 떠난 류희림 방심위원장

진상규명·대국민 사과 등 안건 비공개 논의 결정
야권 위원들 반발에 정회 선언하고 회의장 떠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심의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대국민 사과 등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회의가 파행을 거듭하다 정회 상태로 종료됐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야권 위원들의 요구로 임시회의가 소집됐지만 류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 4명이 불참을 통보해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8일 열린 방심위 새해 첫 정기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회의 시작 30여 분 만에 회의를 멈추고 회의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자신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한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하겠다며 표결에 부쳤다. 과반 찬성으로 안건 비공개가 결정됐고 야권 위원들이 반발을 이어가자 류 위원장은 “비공개 진행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류 위원장은 안건이 공개적으로 논의되면 “민원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내부감사가 진행 중으로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방통위법과 회의공개에 관한 내부 규칙을 관련 근거로 제시했다.

문제가 된 안건은 류희림 위원장이 사실상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진상규명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방심위원 전원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등 세 가지였다. 이 안건들은 이미 지난 3일 야권 위원들의 요구로 소집된 임시회의에도 상정됐다. 하지만 회의 2시간 전에 류 위원장 등 여권 위원들이 불참을 통보해 회의가 취소됐다.

여권 위원 3명은 류 위원장을 따라 자리를 떴다. 반면 야권 위원 3명은 이후에도 1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하자 류 위원장이 회의를 속개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회의장을 떠났다. 애초 이날 회의는 안건 비공개 여부를 놓고 회의 시작 3분 만에 정회했다 20분 만에 재개한 뒤 10분 만에 또 정회하는 파행을 거듭했다.

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발언하는 류희림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야권 김유진 위원은 “이 문제의 당사자인 위원장님은 안건을 회피해야 하는데 주도적으로 비공개를 논의했다”며 “설령 비공개로 논의할 수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왜 표결에 참여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심의민원 사주 의혹 이후에도 류 위원장의 대응이 이해충돌 상황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민원을 신청한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대량 유출된 것이 핵심”이라며 “국가민원기관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방심위 의결 요건은 재적위원 과반 출석, 출석위원 과반 찬성이다.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은 4명으로 현재 방심위원 7명의 절반을 넘는다. 여권 위원들만으로 언제든 회의를 다시 열어 안건을 의결할 수 있지만 변수가 없다면 회의는 2주 뒤 예정된 22일 정기회의에서 속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심위 내부 반발과 류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류 위원장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이해충돌을 신고한 사람을 상대로 부당한 감사를 벌이는 등 불이익을 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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