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37) 너에게 묻는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덜커덕덜커덕 석탄을 틀에 부어 찍어내는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트럭을 주차하고 대기 중인 사람들이 분주히 손을 놀린다. 새벽 해 뜨기도 전에 제일 먼저 차를 세운 사람들이 연탄 구멍을 유심히 살피며 잘생긴 녀석들만 집어 차량에 옮긴다. 레일 위에 연탄이 바쁘게 사라지면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연탄을 실은 차들이 하나둘씩 줄어든다.
올 6월에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던 광주의 연탄공장이 올겨울에 임시로 다시 문을 열었다. 광주전남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연탄공장. 이곳마저 문을 닫으면 다른 지역에 가서 연탄을 가져와야 한다. 아직 연탄 수요가 남아있는 지역이라 연탄공장 직원들도, 연탄을 배달하는 소매업자들의 고민도 깊다.
자신의 몸을 불사른 열기로 온기를 전하는 연탄. 가스보일러가 대중화되기 전, 추운 겨울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연탄. 연탄을 만들어 내는 공장도, 연탄으로 불을 때는 곳도 함께 말이다.
어디가 더 빠르게 사라질까? 연탄을 만들어 내는 공장? 연탄을 사용하는 곳? 꼭 사라져야 하는 걸까?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면 사라지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보존하고 다르게 발전시킬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말 그대로 발로 차고 싶어도 보이지 않아 찰 수 없는 연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워질 수 있는 마음마저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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