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간 한국기자협회를 이끌 제49대 회장에 박종현 세계일보 사회2부장이 당선됐다. 박종현 당선자는 지난 11일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2370표(지지율 36.0%)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박 당선자는 “당선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며 “기쁨보다도 지난 선거운동 기간 만났던 수많은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조금 걱정도 되지만 임기를 마칠 때까지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언론 자유 수호 △소통과 화합 △해외 연수 확대 △기자상 제도 개편 등 9가지 핵심 공약을 내세웠다. 박 당선자는 “기자협회 본연의 임무인 언론 자유와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기자 본연의 소명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걸 바치겠다. 흔들리는 기자의 위상과 추락한 자존감을 다시 세우고,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 당선자와 나눈 일문일답.
-당선 소감 부탁드린다.
“회원 여러분께 거듭 감사드린다. 당선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기쁨보다도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만났던 수많은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회원 한 분 한 분이 주신 고언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그간 기자협회 회원들이 지녔던 갈망, 그리고 제가 한 약속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걱정도 된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런 마음을 잊지 않겠다. 늘 초심을 떠올리겠다. 경쟁 후보들께도 선전하셨는데,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두 후보의 공약 중 반응이 좋았던 공약들도 잘 살펴서 향후 협회 운영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기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저 개인이나 저희 회사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느낀 게 결정적이었다. 제가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 지회장으로 있던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당시 협회장과 다른 지회장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저희 회사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뒤 외압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는데, 그때의 고마움이 제 가슴 한 켠에 부채로 남아있다. 지금 언론계에도 산적한 문제가 많다. 이를 해결하고 언론 자유와 발전, 그리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당시의 경험을 살려 기자협회 회원들이 단결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기자협회 해외네트워크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회원들을 위한 연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출마 결심에 한 몫 했다.”
-앞으로 어떻게 기자협회를 이끌 생각인가.
“한국기자협회는 회원인 기자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협회 강령에도 있지만 기자협회 회원들의 친목과 권익옹호가 최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수많은 회원들을 만나 귀중한 의견을 들었는데, 임기 중에도 가급적 많은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운영할 생각이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드렸듯 언론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기자협회 본연의 임무인 언론의 자유와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기자 본연의 소명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제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각오다. 흔들리는 기자의 위상과 추락한 자존감을 다시 세우고,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
-임원진은 어떻게 구성할 계획인가.
“지역이나 성별 등의 안배도 중요하겠지만, 기자협회 임원이라면 협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 각지에서 협회에 애정이 있고, 함께 활동하고자 하는 분들을 찾으려 한다. 추천도 받을 계획이다. 인재풀이 어느 정도 구성되면 역량에 따라 지역, 세대, 정치 성향 등을 감안하고 전문분야와 관심분야 등을 참고해 역할을 맡기겠다. 전국에 계신 회원 여러분이 성품과 역량이 뛰어난 분들을 자천타천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회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은 무엇인가.
“회원들의 요구는 지역별, 매체별로 다양했다. 가령 언론탄압으로 힘들어하는 언론사에선 주로 언론자유를 요구했다. 연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회원, 포털이 언론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는 회원도 있었다. 기자상 평가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 기자협회 차원의 친목 행사를 더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무엇보다 기자협회의 존재감을 아쉬워하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회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도 못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미미했다는 지적이었다. 기자협회 집행부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형평성과 소통을 강화하겠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마련하도록 하겠다.”
-공약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선거 과정에서 저는 △언론 자유 수호 △소통과 화합 △해외 연수 확대 △기자상 제도 개편 △지역 언론 지원과 상생 △언론 이미지 개선 △현장 취재지원 강화 △포털뉴스 대응 특위 설치 △협회 재정안정화 등 9가지 핵심 공약을 내세웠다. 어느 한 공약에 중점을 두고 있다기보다는 이 핵심 공약들은 협회장으로서 꼭 지켜나가야 할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챙겨야겠다는 마음뿐이다. 공약 실현을 위해 회장과 집행부가 발로 뛰면서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 정부의 주무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필요한 사업들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해외연수와 취재지원 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정부가 여러 차원에서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언론 공영·공정성 수호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현안을 챙기겠다고 했는데.
“공영방송에 대한 비정상적인 정책 강행,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소송 등으로 언론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취재와 보도 현장에서 위축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취임 후 즉시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언론 공영·공정성 수호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권력기관의 정책이나 사정당국의 수사 등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사안의 경우 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특위는 정권의 언론 자유 침해에 맞설 기자협회의 ‘방패’ 역할을 할 것이다.”
-기자들의 전문성 강화, 자질 향상을 위한 정책은 있나.
“인터넷과 포털에 기사가 노출되면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기사에는 비판 댓글이 수없이 달리고 있다. 사회가 워낙 전문화돼 기자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취재와 기사 작성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제가 공약했듯, 지역별 연수와 단기 해외연수 기회를 최대한 늘리겠다. 전문 분야 소모임 지원과 대학원 등록 지원도 강화하겠다. 전문성 강화가 기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기자들의 전문성과 자질을 높일수록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허위 정보 관련 비판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언론에 대한 신뢰 역시 제고될 것이다.”
-기자협회는 다양한 회원들이 있는 만큼 이념적 간극이 꽤 크다. 회원들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방안으론 무엇을 생각했나.
“기자협회처럼 이념 스펙트럼이 넓은 단체도 없다고 본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돼야 할 민주주의 사회에서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중심을 잃으면 분열과 혼란으로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협회가 특정 이념에 경도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아울러 회원들이 만나고 소통할 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 이념 지향이나 생각이 달라도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부터 지회장들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으려 한다. 총회가 아닌 이상 전체 회원이 모두 모이긴 어렵겠지만, 지회장들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갖겠다. 각 지회의 모임에도 가급적 자주 가보려고 한다. 회원들이 ‘기자협회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도록 소통을 강화하겠다.”
-지역 언론 여건이 좋지 않다. 지역 기자들을 위한 공약이 있나.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선 중앙과 지역이 다 함께 발전해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역 언론과 중앙 언론 모두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톱니바퀴처럼 상호 보완관계가 돼야 제대로 돌아간다. 예전엔 전국부로 불린 사회2부를 2년 동안 이끌면서 지역 언론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다. 취임 후 ‘지역 언론 상생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지역 정치권은 물론, 중앙 정치권과도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겠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확대하고, 지역 언론 차별 등 포털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
-항상 말이 많은 게 기자협회 축구대회다. 평가와 대안은.
“기자협회 축구대회는 내년에 50회 행사를 맞이한다. 지역은 지역끼리 체육대회 행사로 치러지고, 서울에선 축구대회를 계속 하고 있다. 축구대회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축구대회는 회원들이 1년에 한 번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우정을 쌓는 행사다. 이를 이어가는 한편, 기자 개개인의 의지에 반하는 축구대회 참가나 응원 강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협회 차원에서 설득해 나가겠다. 새로 시작된 풋살대회도 계승, 발전시키겠다. 대회 운영 관련 개선 방안도 더 강구하겠다.”
-기자상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기자협회의 기자상은 회원들의 사기 진작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자상의 문턱이 너무 높고, 선정과 관련해 잡음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상을 받은 기자가 또 다시 상을 받을 확률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우선 이달의 기자상과 올해의 기자상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상 분야도 확 늘리고자 한다. 약속드렸듯 사진·편집·경제·지역·문화·IT 부문 신설을 검토하겠다.”
-기자협회 예산이 충분치 않다. 예산 확충 계획이 있나.
“기자협회 회비는 18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 회비가 협회 전체예산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 임금 줄 돈도 모자라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 이사회에서 회비 인상안이 있었는데, 통과되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회비 인상은 민감한 사안이다. 회원 중엔 월 1만원씩 내는 회비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분도 상당수이다. 이는 그동안 협회가 회원들이 회비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 했다는 얘기다. 회원들이 회비를 아까워하지 않도록,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에 기자협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지원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병행하겠다.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할 생각이다. 해당 시스템을 내년 초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자협회보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
-한국기자협회는 어떤 곳이라 생각하나. 기자협회장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All for one, One for all).’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영화화한 <삼총사>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저는 기자협회와 회원인 기자의 관계가 이 대사로 압축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쓰는 기자는 개개인이 하나의 언론이지만,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도 많다. 기자들이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 즉 언론 자유와 정의, 사회 발전 등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기자협회다. 동시에 협회는 회원 개개인을 위하고, 섬겨야 한다. 기자협회장은 협회가 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방향키를 쥐고 항해를 이끄는 선장이다. 그러면서도 회원 하나하나를 챙기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자세로 회원들 의견을 잘 경청하고, 중지가 모여 결정한 정책은 부지런히 실천으로 옮기겠다.”
-임기를 시작하는 내년에 기자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제 임기 첫 해에 기자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한다. 이제 60갑자의 한 바퀴가 돈 것이다. 창립 이래 협회는 말 그대로 쉼 없이 달려왔다. 정권의 외압에 한때 와해될 위기에도 처했지만, 선배들의 노력으로 협회의 전통과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자협회 창립 60주년은 ‘새 시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깨가 무겁지만, 그동안 차근차근 60주년 행사를 준비해온 준비위원회를 적극 지원해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겠다. 새 출발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자협회가 앞으로 반석 위에 설 수 있도록 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기자협회보는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나.
“선거기간 들은 의견 중엔 기자협회보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협회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협회보가 회비를 내는 회원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 비평지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저널리즘을 지상 목표로 삼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사를 쓴다면 보다 많은 회원이 기자협회보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협회보가 회원들의 삶과 고민에 대해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취임 후 협회보 발행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이런 의견을 개진하고 협회보 기자들과 함께 고민해 회원들이 즐겨 찾는 협회보를 만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