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 등이 각자의 활동 안에 ‘시민 협업 팩트체크’의 가치를 녹여내는 활동을 이어갈 것”. 팩트체크넷이 지난 2월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시민 협력 팩트체크 노력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은 폐쇄된 홈페이지에 남긴 인사말이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 실험은 실제로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빠띠’가 만든 온라인 공간 ‘캠페인즈’를 통해서다. 캠페인즈는 토론이나 투표, 캠페인을 하는 디지털 시민광장, 민주주의 플랫폼이다. 바로 이곳에서 시민 팩트체크 모임인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가 활동한다.
“결국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가 중요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언론이 모든 역할을 할 수는 없거든요.” 8일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K.F.C. 운영자 임동준씨는 팩트체크가 시민의 ‘습관’이자 나아가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 중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의심되는 정보는 언론이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 때문이다.
지난 5월 출범한 K.F.C.는 9월부터 시민 참여가 시작됐다. 2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데,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거나 팩트체크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 직장인 등이다. 참여자들은 주제를 잡고 임씨를 비롯한 운영진 3명과 협업해 팩트체크를 한다.
결과물 한 편을 써내야 하는 제한 시간은 없다. 활동해야 하는 기간도 없다. 누구나 검증 주제를 제안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다 같이 모여 팩트체크 방법을 공부하고 노하우도 공유한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를 패러디해 이름을 지은 것도 누구나 가볍게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팩트체크 결과물은 웬만한 언론보다 뛰어나다. 포인터 재단에 기반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를 비롯해 주요 팩트체크 국제기관들이 도출한 준칙과 표준 기사 작성법을 철저히 따른다.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요. 검증이 가능한 주제인지, 혹은 내가 검증할 역량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니까요. 팩트체크 활동이 난도가 높다는 것은 동의하는데, 팩트체크가 이렇게 줄고 있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겠죠. 아쉬움을 느껴요.”
주요 언론마다 너나없이 팩트체크를 시작했지만, 매일 같이 팩트체크를 모니터링하는 임동준씨가 느끼기에 보도는 확연히 줄고 있다. KBS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꾸준히 팩트체크 보도를 했지만 가장 최근 보도는 10월, 그 직전은 6월이었다.
임씨는 팩트체크는 늘 필요한데도 우리 언론은 가끔 하는 ‘특수한 일’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검증 주제 선정, 공개자료 중심 조사와 판정으로 이어지는 서론, 본론, 결론의 논문 구조 작법은 역피라미드형에 익숙한 우리 언론에 어색한 기사 형식이다.
팩트체크 저널리즘 형식을 따르더라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임씨는 지난해 나온 연합뉴스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회의원이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많다”고 발언했는데 평균 대기시간이 32분이라며 김 의원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한 것이다. 서울시 통계자료를 근거로 제시했으니 겉보기에 문제는 없었다.
“그러면 장애인은 콜택시를 30분 기다리는 게 정당한 일인가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취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계에 빠져 있기도 했어요. 맥락을 못 보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당시 이 보도를 두고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기계적인 사실관계에만 집착하느라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더 큰 기본원칙을 잊은 것이다.
임씨는 언론시민단체를 거쳐 팩트체크넷에서 일했다. 8월부터는 빠띠에서 활동하고 있다. 팩트체크넷은 2020년 언론현업단체들과 빠띠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었다.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다’가 표어였다. 하지만 새 정부 이후 검증 결과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시비 속에 정부 지원 예산이 점차 줄더니 지난 2월 법인을 해산했다.
그렇다고 팩트체크넷을 임씨가 잇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팩트체크넷의 예고대로 시민이 참여하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곳곳에서 일어나야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