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선택권 좁힌 '다음의 선택' 무리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평택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단독 보도,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와 1년을 함께 하며 사건의 전말을 알린 기획 보도는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경인일보와 부산일보의 이런 의미 있는 보도는 포털 ‘다음’에서 곧바로 검색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이 지난달 뉴스검색 기본값을 뉴스제휴 언론사(CP) 기사가 노출되도록 변경했기 때문이다. 검색제휴를 맺은 기사는 별도로 ‘전체’ 버튼을 눌러야만 볼 수 있다. 경인일보와 부산일보 등 검색제휴를 한 1176곳에 달한 상당수 지역 언론사와 인터넷 매체 기사는 뒤로 사라졌다. 뉴스 이용자가 번거롭게 버튼을 바꾸지 않는 이상, 콘텐츠 제휴를 맺은 146개 언론사 기사만 뉴스검색 서비스에 걸리게 됐다. 다음과 달리 네이버는 아직 뉴스검색에서 전체 언론사 노출을 기본값으로 하고, CP사 기사를 옵션으로 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여론을 지켜보는 중이다.


다음이 뉴스검색 설정 기능을 바꾸며 밝힌 이유는 이용자 선호도와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이었다. 뉴스제휴 언론사 기사 소비량이 많아 사용자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트래픽이 많은 기사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말이다. ‘선택권’은 수사에 불과하다. 선택권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지역, 장애인, 여성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마땅하다.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는 “우리 동네 목소리를 실은 뉴스를 접하기 어렵게 언론시장을 부익부빈익빈 기형적 구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소비의 60% 이상이 포털에서 이뤄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여론 다양성과 정반대되는 정책으로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위기에 빠졌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도 1일 법원에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 중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뉴스유통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다음이 국민의 다양한 뉴스선택권을 봉쇄했다”며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질의 뉴스 소비”라는 다음의 설명에 더 분개했다. 뉴스제휴 기사는 고품질이고 검색제휴 기사는 저품질로 단정한 것이라며, 기사의 품질이 마치 중앙언론사들의 배타적이고 독점적 권리로 인식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언론계에선 다음의 이런 정책 변경 이유를 정부여당의 압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포털이 가짜뉴스를 방치한다”고 질책 받은 다음이 리스크를 줄일 방법으로 뉴스검색 기능 변경을 채택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정부 비판 보도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정부 입장에서는 포털 화면에 노출되는 기사가 줄어드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난 5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을 중단하고, 뉴스 댓글을 24시간 뒤 삭제하는 개편 때도 정치적 압박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언론도 시장 황폐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포털에 입점하기만 하면 광고단가가 올라가 트래픽 장사에 사활을 거는 게 현실이다. 너도나도 붕어빵 같은 연예인 보도를 하고, 정치인의 막말을 중계방송하며 여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또 일부지만 기업 비판 보도로 광고를 따내고, 기사형 광고를 슬며시 끼워 넣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나마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여과 기능을 해왔는데 지난 5월 포털이 운영을 중단하며 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전쟁터와 다름없게 변했다. 뉴스소비가 포털 중심으로 이뤄지며 나온 파행적 결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언론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일도 이젠 입이 아플 정도다. 권한이 많으면 책임도 커야 마땅한데, 중앙언론사들은 과실만 쏙 빼먹고 자정 실천은 뒷짐지고 있다. 그런데도 뉴스검색 기본값 변경으로 군소 언론사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여론시장에서 ‘공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평평하게 바꾸는 일이다. 승자독식 하는 정글이 아니다. 포털 다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