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사측 '단협 파기' 엄포에… 노조, 사장 퇴진 운동 예고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 앞에 EBS 노사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EBS 사측은 인건비 삭감 요구를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단체협약 파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고,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김유열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가 최후통첩으로 정한 시한은 다음 달 1일. 그 안에 어느 한쪽이든 상대측 요구안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EBS 노사의 앞날은 더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지난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 선언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사측 교섭위원의 ‘단협 파기 및 파업 종용’ 발언이 제공했지만, 기저에는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깔렸다. EBS지부에 따르면 EBS는 지난해 256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289억원의 적자가 전망된다. 파견·계약직 100% 감원, 제작비 삭감 등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 절감을 한 결과임에도 그렇다. EBS는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재 판매 수입 급감, 지상파 광고매출 하락 등으로 당장 내년부터 자본잠식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EBS 사측은 인건비 절감 없이는 답이 없다며 내년도 임금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시행, 연차 100% 소진(연차수당 폐지)을 제시했다. 노조는 4.5일제 시행에 따른 세부적인 인력운영계획 등과 함께 경영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일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실무 교섭에서 사측 위원이 단협 파기 가능성과 파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을 거론하며 화를 키웠다. EBS지부는 사장의 공개 사과와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를 요구하며 다음 달 1일까지 사측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김유열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시작으로 사장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장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경영적 결정이 EBS를 위함이 아닌 사장 본인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었음이 이번 교섭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EBS 구성원들도 “무책임과 무능을 반복하면서 무조건적인 EBS 구성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경영진의 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BS 사내 7개 직능단체가 참여한 직능단체협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미래 비전과 계획 없이 직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태도를 바꾸고 노조와의 전향적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EBS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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