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35) 부부가 머문 자리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주말 이른 아침 아내와 함께 서울의 한 난임 치료 전문병원을 찾았다. 대기실은 우리와 같은 처지의 부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10년째 OECD 가입국 최저 수준인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수치가 무색할 정도다.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평균 출산연령(지난해 33.5세)이 높아짐에 따라 불임·난임 진단(지난해 37만9000명)도 매년 급증했다. 지난해 출생아의 9.3%는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났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지원금 확대 등 인구절벽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간접적이고 범위가 넓은 지금의 대책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내는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매일 맞으면서 배가 뭉치는 통증을 참아가며 일을 마치고 돌아온다. 혈액과 초음파 검사로 난자 상태를 살피는 등 2개월 코스의 난임 치료를 위해 연차를 쪼개고 또 쪼개가며 병원에 다닌다. 우리나라는 연간 3일 이내의 난임치료휴가를 보장하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난임치료휴가를 늘리는 것이 실질적 난임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대기실 맞은편, 서로 손을 잡고 있던 부부가 떠난 의자엔 그들의 잔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반짝이는 성탄절 트리에 놓인 선물처럼 바라는 모두에게 사랑스러운 축복이 내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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