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을지학원으로 넘어가나

[2대 주주 을지학원, 최대주주 변경신청]
소액주주지분 0.82% 매수계약 체결
'2인 체제' 방통위 승인얻을 지 주목
연합 측 "연합TV 빼앗기 시도" 반발

YTN에 이어 연합뉴스TV도 민간자본으로 넘어갈까. 을지학원이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연합뉴스TV 지분 29.26%를 보유했던 을지학원은 최근 소액주주 지분 0.82%를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해 지분율을 30.08%로 늘렸다. 1대 주주(29.89%)인 연합뉴스는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 빼앗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TV는 2011년 출범 이후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1대 주주,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2대 주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1·2대 주주 사이에 경영권을 놓고 분쟁이 일었다. 을지학원은 작년 8월 연합뉴스TV가 매년 연합뉴스에 주는 150~18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금이 부당하다며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겸 연합뉴스TV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을지학원은 지난 16일 최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며 낸 자료에서 “연합뉴스TV는 그동안 연합뉴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종속 경영을 지속했고 연합뉴스 이익에만 충실한 자회사로 기능해왔다”며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을지학원 측 관계자는 “겸허하게 방통위 심사에 응할 것”이라며 “(승인이 나지 않으면) 2대 주주로서 연합뉴스TV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학원이 최대주주가 되면 연합뉴스TV 대표이사를 추천할 수 있어 사실상 연합뉴스TV 경영권은 연합뉴스에서 을지학원으로 넘어간다. 올해 3월 연합뉴스TV는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한 최다액출자자가 추천한 자로서, 주주총회 전 이사회 심의를 거친다. 전무이사 및 상무이사는 대표이사가 추천한 자로서, 임원추천위원회의 적격성 심의를 받아야 한다’로 정관을 변경했다.


키는 방통위가 쥐고 있다. 방통위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을지학원은 연합뉴스TV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 권익보호 등을 면밀하게 심사한다는 방침이지만 ‘2인 체제’의 방통위가 연합뉴스TV를 민간에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방송 민영화 과정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협조한 방통위 관계자들도 법적, 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을지 측의 행위는 연합뉴스TV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박준영 을지재단 이사장의 마약성 진통제 투약 전력,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주식 을지학원에 무상 기증, 거액의 부동산 차익 의혹 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측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보도전문채널의 최대주주에게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고 공정성을 실현할 책무가 있다”며 “적대적 인수 방식으로 사학재단이 공영방송을 소유하게 된다면 한국의 언론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노조도 “을지재단은 언론사 최대주주로서 부적격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한편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극도의 무능”이라며 경영진을 향한 성토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는 지난 16일 방통위가 연합뉴스TV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계획을 의결한 직후에야 을지학원의 지분 확대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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