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언론 협업요구… 포털,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컴퓨터를 켜며] 최승영 기자협회보 차장

한국신문협회 등이 지난 13일 개최한 ‘생성형 AI 시대 뉴스 저작권 보호 방안 토론회’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자리였다. 신문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신문 10개사가 참여해 AI 기업에 대한 대응방식을 논의한 지 약 3개월, 향후 행보를 엿볼 ‘시발점’이란 측면이 있었지만 오히려 포털의 한결같은 스탠스가 눈에 띄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 가운데 국내 포털 등 AI 기업 입장을 대변할 관계자가 없었다. 수차례 참여요청에도 결국 펼쳐진 장면은 그간 논의에서 포털의 미온적 태도가 다시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생성형 AI 시대 뉴스 저작권 보호방안' 토론회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토론자와 발제자로 참석한 (왼쪽부터) 강종구 한국일보 미디어전략부 기자, 박대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좌장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등의 모습.


앞서 신문협회 내 TF가 본격 가동된 지난 9월 이후 TF 담당자가 포털 관계자와 직접 만난 건 한 차례였다. 이마저도 대화채널이 곧 닫혔다. 네이버에선 당초 제안 받은 모임 성격과 달리 마치 AI 학습 뉴스데이터 관련 협상 테이블처럼 여겨진 결과란 입장이지만 미팅을 재규정한 후 별도 논의가 있지 않았다. 관련한 유일 공식입장인 신문협회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서에서도 양대 포털은 이용기준 및 적정보상이 필요하다는 데 즉답을 거부하고 원론적 협의의사만 밝혔다. 특히 결정권한이 없는 포털의 제휴 혹은 언론 담당자만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며 애초 진지한 논의가 가능했는지 의심을 남겼다. 양측 실무자에게 곤혹스러운 자리만 됐을 소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사 실무자들의 공식모임에선 ‘AI 기업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점 논의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법률자문을 통한 ‘콘텐츠제휴 약관’의 위법성 여부, 승소 가능성을 따지는 험악한(?) 움직임 등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산 침해’, ‘새 시장이 될 영역’을 두고 언론과 포털이 법적대응을 염두에 두는 일은 당연하다. 여기 잘잘못을 따지자거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뜻이 아니라 포털의 유보적 태도와 시간끌기, 카운터파트 없는 논의가 언론에 ‘AI 기업과 어떻게 협업할지’란 선택지를 점점 좁혀가는 지점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확인됐듯 신문협회를 중심으로 한 협의체에선 AI 기업에 협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실제 나오고 있다. 포털의 검색기반 비즈니스모델, 언론사의 디지털 수익구조, 포털 이용자 뉴스소비 방식을 바꿀 변혁을 맞아 작게는 기술협력부터 크게는 디지털 뉴스생태계 전반을 위한 기준과 원칙 마련까지, 같이 고민해보자는 요지다. 현재는 적절한 시점이기도 하다. ‘AI의 뉴스학습이 공정이용’인지 판단을 묻는 소송이 이뤄지기 전이고 지금은 누구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향후 입법이나 정부정책도 미지수로 남은 지금, 자력으로 적극 구축한 파트너십은 외부요인과 무관하게 상호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 높은 성능의 해외 생성형 AI에 맞서 포털로선 국내시장 우선 점유를 위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도 커지는 시점이다.

최승영 기자협회보 차장.

통상 좋은 말로 여겨지고 마는 ‘협업’이란 단어가 어느 때보다 실천적인 대안이 됐다. 크게 보면 AI 학습 데이터를 매개로 한 협업은 한국의 고유한 디지털뉴스 생태계를 20년 간 함께 꾸려온 언론-포털 간 관계의 재정립과 맞닿을 수밖에 없는 문제다. 언젠가부터 확실히 엉켜버린 양쪽의 파트너십을 재구축할 간만의 새 국면이기도 하다. 일단 언론에서 협업을 말했다. 결정권자가 나서거나 최소한의 작은 부분부터라도 포털이 응답할 차례다. 너무 늦지 않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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