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 9개사, SBS M&C 지분 인수 돌연 취소 왜?

중도금까지 납부하고 돌연 인수 포기
SBS 계약 철회 요청 공문 영향?
지민노협 "SBS와 협상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차버려"

지역민영방송 9개사가 공동으로 카카오가 보유한 SBS M&C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돌연 인수 결정을 취소했다. 카카오와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까지 납부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지분 매입 철회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지역민방 9개사 노조로 구성된 지역민방노조협의회(지민노협)는 “M&C 지분인수로 SBS와 대등한 파트너로 협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마저 스스로 차버리는 행태”라며 인수 철회 결정을 비판했다.

지역민방 9개사 사장단이 이사로 구성된 한국민영방송연합(나인컬러스TV)은 지난 7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카카오가 보유한 SBS M&C 지분 인수 결정을 취소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지난달 17일 민영방송연합은 지역민방 9개사가 공동 출자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나인컬러스TV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 인수를 의결했고, 카카오와 지분인수계약까지 맺었다. 인수 가격은 45억원대로 알려지며, 계약금과 중도금 납입 절차도 이뤄졌다.

한국민영방송연합 홈페이지 캡쳐

이들 9개사는 기존에 SBS M&C 지분을 각각 2%씩 보유(지분 총합 18%)하고 있었는데, 카카오 보유 지분까지 매입하면 총 28%를 갖게 돼 사실상 2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미디어렙)인 SBS M&C의 최대주주는 SBS로, 주식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대기업 미디어렙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한 상태라 SBS는 M&C에 대해 10%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지역민방 사장 9명과 민영방송연합 측에 ‘SBS M&C 지분 인수 계약 철회 요청’ 제목으로 SBS가 보낸 공문이 발송됐다. SBS는 해당 공문에서 “귀사의 지분 인수 의도가 M&C의 최대주주 지위를 득해 M&C의 주요한 의사 결정과 경영 행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또 “M&C 지분 인수가 확정될 경우, 9개 지역민방이 그동안 지속되어 온 당사(SBS)와의 모든 동반자적 네트워크 협력 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해 모든 네트워크 협력 관계를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귀사와 9개 지역민방들에게 있음을 알린다”고 했다.

최동호 한국민영방송연합 사무총장은 지분 인수 취소 결정에 대해 “오해를 해소한다는 측면인데, SBS와 30년 가까이 네트워크 협력 관계를 잘 해오고 있는데 균열이 갈까 싶어 인수 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SBS가 공문을 보낸 이후 몇몇 지역민방 사장들이 지분 인수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인수 취소 배경에 SBS 공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동호 사무총장은 “현재 카카오 측에 지분 인수 취소 결정에 대해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이고, 아직 답이 오진 않았다”며 “곧 지역민방·SBS 사장님들과 대화 채널이 만들어질 것 같다. 오해를 풀고 저희가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도 말씀드리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한국민영방송연합 임시이사회가 열린 대전시 한 호텔 회의장 앞에서 지역민방노조협의회가 '민영방송연합의 SBS M&C 지분인수 철회결정 유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최 사무총장은 지역민방사의 SBS M&C 지분 인수 취지에 대해 “지상파방송 광고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데 민영미디어렙(SBS M&C) 출범 이후 지역민방 9개사의 광고점유율까지 감소하다보니 프로그램 제작 여건이 막다른 골목까지 와 있었다. 우리는 이 부분에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광고 네거티브 규제 체계를 앞두고 있는데 투명한 공개 자료 공유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영방송연합이 지분인수 취소를 의결한 다음날 지민노협은 성명을 내어 해당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민노협은 “지분인수로 SBS와 대등한 파트너로 협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마저 스스로 차버리는 사장들의 행태는 두고두고 지역민방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SBS에 가져다 바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히 지분인수 하나의 문제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불공정하게 진행된 전파료 문제를 공정한 조건에서 다시 협상하여, 이를 통해 지역민방이 지역민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사장들은 자신과 자사의 바로 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지역민방이 지역을 위한 방송사가 되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지민노협은 SBS가 지역민방 사장단에게 보낸 공문을 두고서도 비판 성명을 냈다. 지민노협은 당시 성명에서 “지분 인수와 관련해 SBS 측이 보여주고 있는 반응은 지역민방을 공동 상생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분인수의 목적을 SBS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대적 인수라고 단정 짓지 말고 당사자인 지역민방에게 직접 물어보기 바란다”고 했다.

SBS는 해당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지역민방이 사실상 (SBS M&C) 최대주주 지위를 득하게 되는 지분 인수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SBS와 협의하거나 관련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당사의 문의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했다”며 “특히 SBS가 M&C의 사실상 최대 의결권을 가지게 된 일본 쥬피터 텔레콤(현 2대주주)에게까지 우호적 관계와 안정적 경영권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분 인수 추진은 심각한 경영권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역민방사들의 M&C 지분 인수 철회 결정에 대해선 SBS는 “광주방송 등 일부 지역민방사가 인수를 일방적으로 주도함에 따라 회원사간 의견불일치로 인해 절차상 문제가 발생해 내부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카카오와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분 인수 철회를 계기로 네트워크 협력관계가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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