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검찰의 다음 칼 끝은

[부산저축銀 부실수사 의혹 보도 타깃]
언론계 "정권 안위 고려한 정치수사"
경향, 당시 윤석열 총장 반론도 실어
편집국장 "보도 문제없었다고 본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께 검사를 포함한 검찰 관계자 5명이 경향신문 기자의 자택에 들어섰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다. 오전 11시30분까지 진행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기자의 PC와 휴대폰. 검찰은 기자의 PC를 외장하드에 복사하고, 휴대폰을 압수해 갔다. 이날 검찰은 같은 혐의로 전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넷매체인 뉴스버스 전직 기자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이번엔 경향신문, 뉴스버스의 차례였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언론사는 뉴스타파, JTBC 등에 이어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까지 모두 5곳에 이른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압수수색 영장에서 기자들이 “총 4회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유포로 인한 선거과정의 공정성 훼손 및 사회적 갈등의 야기는 점차 심해지고 있고,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 사회적 해악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언론사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 방식에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와 정권의 안위를 고려한 정치적 수사”, “언론사의 의혹제기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건 민주화 이후 어느 정권에서도 드문 일”이라는 언론현업·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 두 매체도 즉각 입장문을 내어 당시 기사는 의혹 핵심 당사자와의 인터뷰, 진술서 등 확인된 사실에 근거한 보도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보도는 지난 2021년 10월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관련 기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로 있던 2011년,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씨를 참고인 조사만 한 채 대장동 개발 비리 대출 건에 대해 수사하지 않은 문제 등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그해 10월7일자 <김만배·박영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인연’…주임검사가 윤석열> 기사를 시작으로 10월26일까지 4건의 연속 보도를 했고, 같은 해 10월21일 뉴스버스도 <대검 중수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 ‘은폐’> 기사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당시 기사에서 조우형씨 인터뷰와 그의 검찰 진술, 이강길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와 통화내용 등을 토대로 “A씨(조우형)는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의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수사 때 대출 대가로 10억3000만원을 편취한 혐의가 확인돼 구속기소 됐다”면서 “(앞서) 2011년 대검 중수부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사업에 1100억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알선한 조우형씨가 10억원대 수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사엔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론도 함께 실렸다.


김광호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보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조우형·이강길씨 등 취재원의 말을 왜곡 없이 전달했고,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 수사 결과와 판결 등을 근거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거다. 의혹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압수수색을 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기자 압수수색 당일 입장문을 발표해 “취재 및 보도 전 과정에서 언론윤리에 저촉될만한 행위를 일체 한 적이 없다”며 “검찰이 예단에 근거해 언론사를 무리하게 수사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검찰이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스버스도 입장문을 내어 “2011년 대한민국 최고 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1805억원 규모에 이르는 대장동 부실 대출을 들여다보고도 수사하지 않은 정황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가짜뉴스’ 운운하며 윤석열 주임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비판 기사를 쓴 언론들을 압수수색할 일이 아니”라며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대장동 부실 대출 비리는 왜 빠트렸는지 혹은 왜 뺐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칼날’ 운운한 수사, 정치적 목적 1%도 없다 자신할 수 있나”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뉴스버스 전직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지난 대선 당시 보도된 ‘윤석열 주임검사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 관련 기사들을 겨누고 있다.


앞서 지난 9월14일 뉴스타파와 JTBC 본사, 그리고 뉴스타파 소속 기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 특별수사팀이었다. 지난해 3월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 ‘김만배-신학림 대화 음성 파일’을 공개해 지난 2011년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대출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고, JTBC는 지난해 2월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 <계좌 압수수색하고 미입건…조우형 “대장동 묻지도 않아”>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검찰이 뉴스타파와 JTBC 사무실의 압수수색을 시도한 9월14일 뉴스타파 직원들이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앞에서 검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하나의 의혹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언론사를 압박하는 전례 없는 상황은 지난 9월1일 검찰이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두고 “김만배씨가 신씨에게 허위 인터뷰 관련 금품 제공”을 했다며 신학림씨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9월5일 대통령실은 곧바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며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국민의힘 또한 9월7일 뉴스타파 기자와 해당 기사를 인용 보도한 기자들까지 경찰에 고발하는 등 압박을 이어갔다. 검찰도 검사 10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들어갔다.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당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의 친위 수사”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온 일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지난달 26일 공동성명을 내어 “검찰에게 이 수사가 과연 공명정대하다고 여기고 있는지, 당신들이 입버릇처럼 ‘공정한 칼날’ 운운하는 수사에 이번에는 정치적 목적이 단 1%도 담기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믿는지 묻고 싶다”며 “그 칼날이 윤석열 ‘현직’ 대통령을 검증했던 기자·매체에만 겨눠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경향신문, 뉴스버스 기자 압수수색 직후 주요 종합일간지, 방송사 대다수가 관련 소식을 다뤘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7일자 사설을 통해 “이런 정도의 취재와 보도가 강제수사의 대상이 되는 건 언론자유에는 재앙 수준”이라며 “오로지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제기한 매체만 수사받는 점도 공교롭다. 더구나 특별수사팀까지 꾸려서 기자들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행태는 전례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에서 최근 의혹 당사자들의 진술이 뒤바뀌었다며 “허위 보도”라는 검찰의 주장만을 비중 있게 싣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지난달 27일 논평에서 “검찰과 경찰 발로 추정되는 피의 내용을 받아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보도로 비판 언론과 기자들을 옥죄는 일부 주류언론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허위보도’라는 낙인을 찍었지만 허위보도의 근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조우형 수사 무마 의혹이 거짓이라는 검찰의 전제가 얼마나 명확하게 증명됐는지 의문”이라며 “설사 그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터뷰 등 당시까지 확보한 증언과 자료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고,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연속되는 보도의 일부를 떼어내 허위 여부를 판단하고, 기자의 의도를 의심해 무차별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다면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매번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는 법원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법원이 공직자 관련 명예훼손죄에서 언론인(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너무 손쉽게 발부한 것은 아닌지 비판받아야 한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혐의 소명 여부만 따지는 것을 넘어 비판 언론의 위축효과와 자기검열 강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과연 고려했는지 자문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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