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검증 생략" 지적... 이동관 "보궐이사는 패스트트랙"

최기화 EBS 감사·이동욱 KBS 보궐이사
고민정 의원 "정상적 인사검증 안돼" 비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욱 KBS 보궐이사를 추천하면서 신원조회 등 정상적인 인사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은 “보궐이사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으로 빨리할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방통위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종합감사)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의 최기화 EBS 감사 임명과 이동욱 KBS 보궐이사 추천이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먼저 2021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에 임명된 권태선 이사장의 경우를 들어 7월25일 개인정보 수집 요구 동의서를 작성하고, 며칠 뒤 범죄사실 유무 등을 확인한 뒤 8월11일 임명동의서가 작성됐다면서 “보통 이렇게 임명절차와 검증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때 인사 검증에 충분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동관 위원장도 “정상적이라면 그렇다”고 답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지난 9월7일 임명된 최기화 감사의 경우 방통위가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받은 게 9월5일, 범죄사실 조회 등을 요청한 게 9월6일인데, 정작 임명동의서는 하루 앞선 9월5일자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고민정 의원이 “어떻게 된 거냐. 미리 예측해서 임명동의한 거냐”고 묻자 이동관 위원장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듯 “다시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동욱 KBS 보궐이사 임명은 더 빠르게 처리됐다. 고 의원은 “10월11일 개인정보 수집 요구 동의부터 범죄사실 조회, 임명동의서까지 같은 날 이뤄졌다”며 “유무죄를 따지거나 경력이 잘못됐다거나 페이스북 실수 등 검증을 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동관 위원장은 “패스트트랙”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답변은 이상인 부위원장에게 넘겼다. 이 부위원장은 “일반 이사 선임에선 공모 절차를 거치고 결격 조회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하지만 보궐이사는 긴급히 처리하기 때문에 결격 조회 등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민정 의원은 “인사 부분 검증 절차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임명동의서에 싸인 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동욱 보궐이사 추천은 오전 10시 회의에서 비공개로 의결됐으며, 추천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했다. 고 의원과 방통위 설명을 종합하면 10월11일 오전 단 몇 시간 만에 이동욱 이사 내정자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동의, 결격사유 조회, 임명동의서 작성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는 의미가 된다.

KBS 이사회는 이동욱 보궐이사 임명으로 여야 6대5의 과반 구도가 완성되자 이틀 뒤 임시이사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설’ ‘내정설’이 돌던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KBS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한 바 있다.

고민정 의원은 최기화 감사의 자격도 문제 삼았다. 고 의원은 “지난 7월 윤석년 KBS 이사를 해임할 때 해임 사유 중 하나가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구속 기소되어 정상적인 이사직 수행을 못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최기화 감사는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태에서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최기화 감사는 MBC 재직 당시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으며, 지난 12일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대해 이동관 위원장은 “300만원 벌금형은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사안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다른 사안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충분히 직무수행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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