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기자들 "기자 자택 압수수색, 현 정권 위한 '친위 수사'"

기협 경향신문지회·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공동성명
한국기자협회 "검찰,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중단하라" 성명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검찰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경향신문 기자들과 노조가 “언론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다”며 “검찰의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26일 오후 공동성명을 내어 “10월26일 아침, 검찰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며 “창간 77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대껴 오면서 좌우 가리지 않고 권력에게 불편한 보도를 해 왔다. 경향신문의 오랜 역사를 뒤져봐도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온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대통령선거 5개월 전인 지난 2021년 10월 경향신문의 ‘윤석열 주임검사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 보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두 단체는 “부실수사 의혹 기사를 쓸 당시 경향신문 기자들은 직업윤리를 준수하며 기사를 썼다”며 “관계자들의 증언은 왜곡 없이 전달했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사건 관계자들의 반론도 충분히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유력 후보자의 정책·공약은 물론 과거 행적에서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언행은 없었는지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핵심 책무”라며 “큰 선거 전에 당연히 행해져야 마땅한 검증·감시조차 참아 넘기지 못하고 명예훼손 혐의를 제기하며 벌이고 있는 작금의 전 방위 수사는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두 단체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현 정권을 보위하기 위한 ‘친위 수사’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들이 입버릇처럼 ‘공정한 칼날’ 운운하는 수사에 이번에는 정치적 목적이 단 1%도 담기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믿는지 묻고 싶다”며 “그 칼날이 윤석열 ‘현직’ 대통령을 검증했던 기자·매체에만 겨눠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은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일련의 압수수색을 당장 중단하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은 정당한 방법으로 공명정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권력을 감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소명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여론조작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이를 취재하고 보도했던 기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정부와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 시도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며 우리의 피와 희생으로 일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기자협회는 언론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경향신문 기자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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