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출석 요구받은 언론재단 본부장, 이사장 승인없이 해외출장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 일본행
재단 측 "없었던 예산까지 전용"

국회 국정감사 기관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정권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본부장이 재단 이사장 승인 없이 해외 출장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국감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강행한 것으로 정 본부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언론재단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중요한 출장이면 사전에 보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임위 일정이 임박한 시점에 결재가 올라왔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결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애드테크 도쿄 2023’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1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났다.

정 본부장은 문체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허가받지 못했다.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김윤덕 의원 등은 정 본부장에 대한 고발을 요구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자협회보 취재 결과 정 본부장은 광고기획국장이 이사장에게 출장을 구두로 보고한 이튿날인 지난 12일 전자결재를 올렸다. 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정 본부장을 비롯한 8명이 ‘꼭 가야 한다’며 없는 예산을 전용해 지난달 초 급히 출장을 잡았다”며 “해당 행사는 지난해까지 재단이 참석하긴 했지만 본부장이 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체위는 지난달 21일 국정감사 일정을 발표했고, 앞서 본부장 세 명 모두에 대한 증인 출석을 예고한 상태였다.

출장을 위한 예산 전용도 허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출장비를 전액 환수하라”며 “(정 본부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년) 업무추진비와 출장비를 전액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꼭 필요한 본부장 두 명으로 압축하자고 논의했는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증인 채택을 했다”며 “정권현 본부장은 일본 출장이 불가피하다고 들었다. 종합감사 때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문체위 종합감사는 26일 열린다.

언론재단 노조는 17일 성명을 내어 “정부광고본부장의 불출석이 ‘엽기적이며 전례 없는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라는 국회의 지적에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정 본부장에게 “재단을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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