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도 전용기 탑승 배제? 방심위원장의 '가짜뉴스'

'대통령 전용기 배제' 집중 보도 MBC에
방심위 방송소위, 법정제재 의결

MBC ‘뉴스데스크’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자사에 유리한 입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받게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소위원회는 12일 정기회의를 열고 제작진 의견진술을 청취한 끝에 여권 위원 다수 의견으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위원회가 여야 4대3 구도인 만큼 전체회의에서 그대로 제재가 확정될 전망이다.

방송소위는 앞서 지난 7월 회의에서 해당 보도를 심의 안건으로 다뤘으나 여야 위원들의 의견이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과 ‘문제없음’ 등으로 엇갈려 의결이 보류됐다. 그런데 정연주 전 위원장 등이 해촉되고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달 11일 전체회의에서 다수로 바뀐 여권 위원들 주장에 따라 의견진술이 결정되면서 이날 심의가 재개된 것이다.

가짜뉴스 척결을 취임 일성으로 밝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는 MBC 뉴스데스크가 자사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10일과 같은 달 16·18·21·22·23일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4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게 해당 조항이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박범수 MBC 뉴스룸 취재센터장은 “전용기 탑승 배제는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취재 자유와 언론 자유의 문제”라며 “MBC가 당사자라는 건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로선 이게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심각한 침해 사안이라고 생각했고, 이게 전례로 남아 앞으로도 권력에 의해 같은 조치가 내려진다면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뉴스 밸류(가치)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 측 황성욱 위원은 이를 “특권”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황 위원은 “방송은 전파라는 공공재를 이용한 특허사업”이라며 “MBC가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데 자신의 지위가 결부된 상황에서 공평하다 정당하다 이렇게 주장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도 “이해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주장해버리면 시청자가 오해한다”며 “하루에 23꼭지 중에서 30%가량 집중적으로 보도한 건 제9조4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보수단체들은 빼고 일반적으로 지적하는 진보 언론단체들 의견만 전했다”고 지적하며 역시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똑같은 케이스가 있었다”고 한 것이다.

류 위원장은 MBC에 “전용기 배제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이어가면서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 때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전용기에 조선일보 탈북민 기자를 배제한 사실을 왜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범수 센터장이 “동질선상에서 비교될 성질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류 위원장은 “그건 주관적 판단”이라며 “똑같은 배제 사실이 있는데 MBC가 처음이라고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똑같은 케이스”가 있었다는 류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2018년 10월 당시 정부(통일부)가 남북고위급회담에 풀기자단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1시간 전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였다. 앞서 통일부는 해당 기자가 탈북민 출신임을 의식해 조선일보 측에 풀기자 교체 요청을 하기도 했는데, 지나치게 북한의 심기를 살펴 취재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 성명을 냈고, 조선일보도 ‘정부, 탈북민의 국민 권리와 언론 자유 원칙 다 버렸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기도 했다.

취재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점에선 본질적으로 같지만, 전용기에서 배제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남북 대표로 참석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전용기 배제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 회담을 취재하는 풀기자단 등은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출발하는 공동취재단 버스를 타고 판문점으로 이동했다.

이런 배경에서 박범수 센터장이 “청와대 풀기자단 해외 순방은 두 달 전에 이미 예약된 것이고,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의 연장선에서 진행된 것으로,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자면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힘들다고 본다”며 “비판 언론에 대한 정권의 강력한 조치, 무리한 조치였다고 강조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 때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사실을 쏙 빼고 보도했다”고 거듭 언급하며 주의를 결정했다. 류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가짜뉴스 척결’을 밝히며 지난달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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