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방문진 현장조사…노조 "다시 방문진 뒤집겠다는 음모"

권익위, 권태선·김석환 이사 겨냥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조사

국민권익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권익위는 11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로 직원들을 파견,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MBC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이 지난달 20일 두 이사를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권익위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6일 정식 조사에 착수했고, 이달 4일까지 자료 요구를 한 데 이어 11일부터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현장조사는 13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1일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권익위 조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의혹이 제기된 두 이사 모두 야권 성향으로, 방문진 여야 구도를 여권 우위로 바꾸기 위한 또 다른 시도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1일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권익위 조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언론노조 MBC본부는 “추석 연휴 등 휴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조사에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방문진에 대한 검사·감독을 진행하면서 방문진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당시 방통위의 검사·감독은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을 목적으로 전 방위적으로 진행한 것이었음에도 이 같은 업무추진비 관련 의혹은 해임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번 권익위 조사는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무리한 해임처분이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된 이후 방문진 장악에 차질이 생기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빌미로 다시금 방문진을 뒤집어보겠다는 정권 차원의 음모로 볼 수밖에 없다”며 “KBS 남영진 이사장 해임 때와 유사하게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검찰이 기소하면 이를 근거로 해임하겠다는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앞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은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이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제기해 권익위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방통위는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곧바로 해임안을 재가했다. 남 전 이사장은 이후 해임처분 집행정지를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한편 전현희 전 권익위 위원장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에 대한 권익위 조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전현희 전 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가 접수되면 일반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나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한 달이나 두 달이 소요된다”며 “그 이후에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런데 남 전 이사장 때나 이번 방문진 이사들처럼 권익위가 즉각적으로 조사관을 현장에 파견하는 것은 시행령 규정에도 어긋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 권익위 조사만을 이유로 해임 절차까지 이뤄진다면 공권력 남용, 직권남용죄 성립 여지가 매우 높다”며 “윤석열 정권은 권익위와 방통위, 인사혁신처 등 공권력을 남용해 지난 정권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들을 해임하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권익위도 정권의 의도에 부합하려는 의도로 무리하게 조사 권한을 남용한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소지가 매우 높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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