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면에서 일어난 무차별 폭행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폭행으로 기억을 잃은 피해자가 기사를 보고 연락해 왔습니다. 사건 전말을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수사당국 누구도 사건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사건 이후 피해자의 1년을 함께 했습니다. 당사자인 피해자도 모르던 사건 전말이 전국에 알려지고, 무차별 폭행이 성범죄가 되기까지 피해자의 지난한 고군분투를 곁에서 목격했습니다. 1년 만에 공소장이 변경되던 날, 피해자는 처음으로 법정에서 오열했습니다. 피해자가 전면에 나서야만 재판부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물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이례적인 사건으로만 남지 않길 바랍니다. 모든 범죄 피해자들이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처럼 목소리 낼 수는 없습니다. 여론의 주목이 쏠리고 나서야 1년 만에 성범죄가 입증된 돌려차기 사건은, 주목받지 못한 범죄 피해자들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범죄 피해자가 공판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제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부산시 조례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시작에 불과합니다. 피해자가 제삼자가 아닌 당사자로 법정에 설 수 있도록 사법 체계 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 기획은 범죄 이후 피해자의 ‘지금’을 세상에 알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덕분에 시작됐습니다. 어려운 용기를 내준 피해자에게 응원과 감사를 전합니다. 기회를 주신 편집국 동료 선후배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