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장사한다는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석산 업자는 국가항만 건설에 가짜 돌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다에 이미 쌓아 올린 수십만 톤을 싹 갈아야 한다고, 새 돌은 지역 업체가 대야 옳다고 말했습니다. ‘수조 원짜리 국가사업에 가짜 돌이라…’, 사뭇 구미가 당겼으나 의도가 빤해 경계를 풀지 못했습니다.
나쁜 감이 들어맞는 건 늘 안타깝습니다. 항만 구조물에 쓰인 돌, ‘사석’은 적당한 절차를 거쳤습니다. 품질 검사 성적서를 떼봤고, 그것도 못 미더워 시료를 떠와 대학 연구팀에 보냈습니다. 이 작업에 쓰인 보름의 수고가 헛되이 매몰될 무렵, 정보 공개 청구 자료들이 뒤늦게 날아들었습니다. “사석이 쓰인 낱낱의 공사를 공개하라” 요청했더니, 정부는 시공사가 작성한 <하자발생 조치 보고서>를 끼워 보냈습니다. 내용이 흥미로운데 “새만금 신항만 현장 내 호안 단면 하자 발생으로 조치하였으나, 추가 변위 발생”이라고 적혔습니다. ‘추가’란 표현으로 보아 처음 있는 일은 분명 아닙니다. 그 뒤 취감한 이야기는 복잡다단하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제 막 지어 올린 항만 구조물은 1년 새 최소 11군데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그간 같은 방식으로 바다를 메워 만든, 30년 치 국가항만을 캐봤습니다. 붕괴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됐고, 정부는 때마다 돈을 들여 땜질 처방만 덧댔음을 알았습니다.
왜 자꾸 부실 설계를 되풀이할까? 정부가 발간한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을 찬찬히 뜯어봤습니다. 놀랍게도, 안전을 담보할 설계기준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조석간만 차가 가장 큰 해역을 갖고도 국가건설기준에 간만차 수압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건, 이 기준이 실은 ‘한국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 일본이 정한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여태 써왔습니다.
취재 후기, 뭘 쓸까 고민하다 요약 수기 정도로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지금 봐도 참 지루합니다. 토목공학을 다루다 보니 기사가 어렵기도 하고, 말이 길어져 텐션도 뚝뚝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 재미없는 기사는 수십 년간 항만 부실을 부추긴 그릇된 국가 정책을 한순간에 바꾸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염치’ 한 스푼 덜어내고 이번 보도를 조금 후하게 쳐주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기사였다고. 이 기사를 수신료로 만들어 뜻깊다고. 그러고 보니 누가 봐도 가성비 안 좋은 취잿거리를 욕심껏 탐사하게끔 밀어준 선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