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제393회 이달의 기자상] 이성원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성원 한국일보 기자

암호화폐는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작업증명 방식’, ‘탈중앙화’ 등 온통 낯선 단어들 투성입니다. 코인 전문매체 기자들이면 몰라도 중앙지 기자들이 느끼는 진입장벽은 분명합니다. 특히 경제부도 아닌 사회부 기자 둘이서 암호화폐에 대한 심층 취재에 나서려니 엄두가 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뤄두고 피하고 싶었던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무법지대다 보니 코인업계는 온통 사기판이었습니다. 암호화폐가 어려워서인지, 한탕 심리 때문인지 본인이 투자하는 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코인이 ‘먹튀’인 줄도 모른 채 돈을 잃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리는 이 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 넘게 암호화폐에 매달렸습니다.


어쩌면 암호화폐에 무지했던 게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암호화폐의 ‘ABC’부터 공부했습니다. 코인을 모르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 가능하면서 문제점을 선명히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찾았습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코인 315개를 전수조사하자는 접근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코인들은 누가 만든 건지, 왜 만들었고,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따져봤습니다. 암호화폐 먹튀를 의미하는 ‘러그풀’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상폐 코인 전수조사가 ‘미시적 접근’이라면 코인 사기 판결문 분석은 ‘거시적 접근’이었습니다. 코인 사기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이 기획은 성공이라 생각했습니다. 생생한 사기 현장도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그래서 주경야독했습니다. 낮에는 코인 관계자를 만났고, 저녁엔 상장폐지 코인을 분석하고 판결문을 읽었습니다. 신혼인데 퇴근해서도 노트북 앞을 떠나지 않는 남편을 이해해준 배우자님의 인내가 있었기에 기획 출고가 가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뉴스 속보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본회의 통과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제 코인업계는 무법지대가 아닙니다. 그러나 스캠 코인은 법의 빈틈과 인간의 탐욕에 기생해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겁니다. 꾸준히 관심 갖고 감시하겠습니다. 끝으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후배를 믿고 맡겨준 강철원 부장과 언제나 한발 먼저 뛰어준 조소진 기자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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