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 KBS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남 이사장은 “이미 모두 공개된 내용을 호도하고 있다”며 자신을 향한 의혹에 선을 그었다.

KBS에서 조합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KBS노동조합은 지난 12일 “남 이사장의 수상한 법인카드 지출 의혹이 확인됐다”며 “2021년 취임 직후부터 올해까지 법인카드를 통해 이해하지 못할 지출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12일 남영진 KBS 이사장(사진)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남 이사장은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밝히며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KBS

KBS노동조합이 제기한 ‘이해하지 못할 지출’은 △남 이사장의 고향 소재 영농법인에서 수백만원대 확인되지 않은 물품 수차례 구입 △같은 지역 다른 업체에서 수십만원 상당의 정체불명의 물품 구입 △회사 인근 중식당에서 한끼에 150만원에서 300만원대의 식대 지출 등이다.

KBS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어느 누구보다 회삿돈을 정당하게 써야 할 이사장이 식당에서 수백만원을 쓰고 자기 고향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물품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사실은 KBS 이사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심대한 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KBS노동조합은 “남 이사장은 이미 수신료 분리징수 대위기를 부른 책임이 있고 KBS 경영평가에 ‘편파방송’이란 지적을 삭제하기 위해 다수 이사를 동원해 일방적으로 경영평가위원의 활동을 방해하는 데 앞장섰다”며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남 이사장은 입장을 발표해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남 이사장은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1년이 넘도록 공개돼 있는 내용이다. 이미 국회와 감사원에도 수시로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필요한 의혹이 제기돼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남 이사장에 따르면 KBS노동조합이 주장한 ‘확인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물품’은 모두 곶감이었다. KBS 이사들과 이사회 사무국 직원 20여명에게 연말‧명절 선물로 보낸 곶감 세트 구매 내역이라는 것이다.

남 이사장은 “3만원대로 선물을 물색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는 지역 영농법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고민 끝에 고향 특산품인 곶감을 골랐다”며 “중식당 지출은 정기이사회 이후 집행부와 함께 20여명이 참석한 만찬이었고 또 다른 자리는 이사회와 집행기관, 센터장, 관계 직원들이 함께 하는 송년회였다”고 설명했다.

남 이사장은 “제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2021년 8월 이후 업무추진비 집행률은 2021년 38.3%, 2022년은 63.8%였다”며 “KBS노동조합은 이미 모두 공개된 내용을 마치 새로 파헤친 것처럼 호도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영평가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며 “경영평가 과정은 모두 규정을 지켰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진행됐다. KBS노동조합은 공영방송이 위기에 처한 이 시기에 불필요한 의혹 제기보다 공영방송 제도를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튿날 KBS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새로운 KBS를 위한 KBS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는 추가 성명을 내고 남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고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까지 이사장이 결제한 식사비 가운데 1인당 3만원 이상인 사례가 16건이라고 했다. 공투위는 추가 의혹 제기와 함께 남 이사장을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