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게 법원은 그저 승리를 위한 결투장이 아니었습니다. 혹여나 지더라도 따져보지 못한 진실이 있을까. 억울하게 풀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 모든 기록을 판결문이란 공개적인 문서에 적으려고 했던 유족의 8년간 노력은 담당 변호사가 재판에 무려 3번이나 나가지 않아 물거품이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것이 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법 앞의 평등한 정의’란 말도 대리인의 불성실 앞에선 그저 공허한 문구에 불과했습니다.
변호사는 왜 세 번이나 주어진 기회를 저버렸을까요. 보도에선 이 질문의 대답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담당 변호사인 권경애씨가 취재가 시작된 이후 입을 닫았습니다. 그가 왜 재판에 나가지 않았는지는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그의 닫힌 입이 열릴지 모르겠습니다. 유족의 지난한 싸움이 또 시작된 셈입니다. 이 재판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다음 질문을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자식의 억울한 죽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모두가 8년이란 긴 시간을 써야만 하는 건지, 변호사가 재판에 불출석하면 허망하게 끝나는 재판 결과를 법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지 말입니다. 이 질문의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보도에서 알린 것은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란 겨자씨만큼의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많은 시민이 분노하고 공감해주었습니다. 시민들의 관심이 아니었다면 이 보도도 그 의미를 잃었을 것입니다. 또 여러 언론사가 이 소식을 아낌없이 보도해준 덕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소식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