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변한 게 없네요.”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는 지난 5월23일 영도구청장과 만난 후 기자에게 이같이 전했다. 4월28일 청동초 참변으로 딸을 잃고, 다음날인 29일 빈소에서 본 후 구청장과 두 번째 만남이었다.
첫 번째 만남은 유족의 화를 돋우었다. 사고 다음 날 예서의 빈소를 찾은 영도구청장은 사고 원인과 재발대책을 묻는 예서양 아버지의 애끊는 물음에 “어쩌다 보니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동석한 국회의원과 “트레일러 문이 내리막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열려 있었더라면 사고가 없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끼어들어 “차량은 경사로에서 수평을 맞출 수 있다”며 차라리 안 하느니만도 못한 대화를 이어갔다. 주저 끝에 이뤄진 두 번째 만남은 조금 달랐을까. 예서 아버지가 원한 건 단 하나였다. 구청의 미비한 행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두 번째 만남에서도 사과다운 사과는 없었다. 영도구 관계자는 본인들은 사고 전에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28일 사고에서 영도구의 책임을 인정하는지” 물어보는 예서 아버지의 물음에 영도구 관계자는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포괄적인 책임’ 뿐”이라고 사무적으로 답했다. 사과하겠다고 찾아온 자리에서 ‘포괄적 책임’을 운운하며 사실상 면피에만 급급했던 셈이다.
예서 사고로 스쿨존에서 보행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예서 가족들에겐 무의미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가족들 곁엔 더 이상 예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제2의 예서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정이 내놓는 사고재발방지책을 환영하고 있다. 남은 건 단 하나다. 가족들 곁에 있어야 할 예서가 왜 없는 건지 원인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그것만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보지 못한 가족들을 위로하는 행정의 마지막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