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희는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인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을 훼손하며 시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중략) 시민 여러분의 따끔한 비판을 귀담아듣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태익 대표이사를 비롯한 TBS 경영진이 그간의 편향성 논란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12일 ‘공정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란 기치 아래 TBS 혁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정태익 TBS 대표는 “저를 비롯한 TBS의 전 구성원들은 TBS가 다시는 이런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혁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T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태익 대표는 전임 경영진 시절의 TBS를 가리켜 “시사프로그램에 치우친 나머지 시민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지 못했다. 편성의 쏠림 현상뿐만 아니라 한 특정 프로그램에 예산을 과하게 집중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뉴스공장’ 같은 경우 전체 FM 라디오 예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전체 채널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에 TBS는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본부장·실장을 모두 교체했으며, 콘텐츠심의팀을 대표 직속으로 격상하고 방송출연제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공정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임직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임직원 행동강령’을 개정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제작 가이드라인 의무교육도 시행한다.
또한,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시사프로그램 자체를 당분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고민석 TBS 라디오제작본부장은 “PD들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재교육, 데스킹 능력 등 다양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진 시사프로를 편성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사프로가 사라진 자리는 생활정보, 음악,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이 대신할 예정이다.
임원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5년 내 정원 20% 감축
재정 압박에 따른 자구안도 내놓았다. 먼저 대표이사 및 부서장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고, 간부 직원의 연봉도 4% 반납하기로 했다. 전 직원 연장근로 제한 조치로 해당 예산을 전년 대비 59% 감액 편성하기도 했다. 조직 효율화의 일환으로 현시점부터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하며, 5년 내 정원 20% 감축 목표도 제시했다.
정태익 대표는 이 같은 혁신안 추진을 ‘혁명’, ‘개혁’ 등에 비유하며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의 행복 스테이션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 대표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올해 서울시 출연금이 지난해 대비 27.5%(88억원) 삭감되며 초비상 경영에 내몰린 TBS는 지난달 말 서울시가 TBS에 73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지원을 결정하며 한숨을 돌린 상태다. 이날 발표된 혁신안은 추경 확보를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서울시의회란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만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 12일 개원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해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또는 전액 삭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추경을 넘어 내년 1월1일부로 중단될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되돌릴 권한도 시의회에 있다.
정 대표는 추경안의 시의회 통과가 “진인사대천명”이라면서도 “새로운 사업비(추경) 투입을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선순환 구조에 이르면 자체 수입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돼 있다”며 “킬러 콘텐츠 하나를 빨리 정착시켜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