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두 달 남기고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면직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한 전 위원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정세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을 피고로 한 소장과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정세는 입장문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며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고 임기가 보장돼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검찰은 공소를 제기했고, 대통령은 공소가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면서 면직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원장의 신분보장에 대한 심각한 침해일뿐만 아니라 방송,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법하고 위헌적인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오류가 많으며, 특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법리 적용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면서 “범죄 구성요건과 무관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공소장에 기재되고, 그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공판 중심주의와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FM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면직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를) 두 달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렇게 급하게 면직 처분을 하려고 한 게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하루빨리 실현하기 위한 목표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 대한 공소장과 청문 자료에 의하면 한상혁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방통위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점수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을 저버렸다”고 했다.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했다며 지난 3월 한 전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3월30일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2일 한 전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 방해, 직권 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