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근 한국일보 뉴스룸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부결됐다. 한국일보에서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가 부결된 건 지난 2013년 ‘한국일보 사태’ 당시 구성원들 의사에 반해 편집국장 교체가 이뤄졌을 때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일보 편집제작평의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박일근 신임 뉴스룸국장 내정자에 대한 신임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선거 인원 256명 중 210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82.03%), 반대가 과반수가 되어 부결됐다고 31일 밝혔다. 뉴스룸국장 내정자 신임 투표는 재적인원 3분의 2의 투표와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편집제작평의회는 박일근 국장 임명동의 부결을 인사권자에 통보했으며, 회사는 편집강령규정에 따라 10일 이내에 재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부결 사태를 두고 내부에선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박일근 국장 개인 리더십의 문제도 있지만, 현재 신문국장을 맡고 있어 최근 두드러진 논조 변화 및 콘텐츠 품질 저하 등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평가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정진황 뉴스룸국장 취임 이후 정부 비판 보도가 주는 등 ‘기사의 논조가 우경화, 친정부화됐다’는 지적을 안팎에서 받아왔다. 특히 모기업인 동화그룹이 YTN 인수 의사를 밝힌 뒤로 이 같은 경향이 노골화됐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따라서 이번 뉴스룸국장 임명동의 투표 부결은 신문의 논조 변화 및 콘텐츠 질 저하와 사주의 편집권 개입을 우려하는 구성원들의 여론이 만들어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일보 인수 이후 대체로 순항해온 승명호 회장 체제가 시험대를 만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