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닮은 윤 대통령과 홍준표 시장, 그리고 기자단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살다 보면 세상이 나를 속이는 게 아닌가 싶은 순간이 있다. 해선 안 된다고 배운 행동을 누군가 버젓이 하고,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그걸 동조하거나 방관할 때 유독 그렇다. 그럴 땐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새 사회통념이나 도덕기준이 바뀐 건 아닐까 되묻곤 한다.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실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최근 대구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언론 탄압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MBC가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을 의도적으로 트집 잡아 왜곡 보도를 했다며 지난 1일 일체의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대구시 본청뿐 아니라 산하 모든 사업소에 같은 지시를 내렸고, 일선 소방서 취재까지 전부 막았다. 시청 출입 기자가 기자실 좌석을 이용하는 것도, 대구MBC 취재 차량이 청사로 들어서는 것도 금지했다. 어느 모로 보아도 부당하고 치졸한 언론 탄압 행위였다.

강아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그런데 한 달이 다 돼가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대구경북 언론계는 잠잠하다. 보도의 옳고 그름, 대구MBC에 대한 호오를 떠나 홍 시장의 선을 넘은 취재 제한 조치에 반발해야 하건만 아무 움직임이 없다. 일부 대구경북 기자들은 쓴 소리를 했다가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자체 광고가 끊길까 걱정을 하지만, 그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게 대구경북기자협회와 같은 단체다. 하지만 대구경북기협 역시 회원들 의견을 수렴한 결과, 그 흔한 공동성명조차 내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홍 시장의 행위를 방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홍 시장에겐 ‘이 정도는 해도 되겠구나’라는 위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 셈이기도 하다.


더 참담한 건 이 같은 비정상적인 흐름에서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기자단이다. 대구경북 기자들은 말한다. ‘홍준표에게서 윤석열이 보인다’고. 같은 법조인 출신인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삐뚤어진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점, 또 “법보다 주먹부터 쓴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일체의 취재 거부를 선언한 홍 시장처럼 윤 대통령도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엔 전용기 취재를 제한하고, 풀단에서 배제하고 출입기자 교체 요청을 악의적으로 묵살하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통령실 기자단 역시 침묵했다. 그나마 전용기 취재 제한 때 공동입장을 낸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그 초유의 사태에 있어서도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을 제외하곤 어느 언론사도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지 않았다. 똑같이 ‘날리면’ 기사를 쓰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 체했다. MBC 기자와의 설전을 이유로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할 땐 오히려 MBC 탓을 하는 기자들이 나왔다.


이제는 묻고 싶다. 부당한 언론 탄압에 목소리를 내지 못할 거면 기자단이 존재할 이유가 있나. 기자단이 존재해야 할 여러 근거와 이유들이 지금 제대로 기능하는가. 어떤 보도는 그럴 만하다고, 저 매체는 평소에 꼴 보기 싫었다고 도를 넘은 언론 탄압을 정당화하는데 그게 정상인가. 하긴 아무리 기자들이 취재 거부를 하고, 온갖 비판을 해도 권력 입장에선 SNS로 홍보하면 그만이다. 그런 세상에서 이런 말과 실천들이 무슨 힘이나 있을까. 역시나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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