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12) 광주의 오월은 늘 무겁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입니다. 푸르름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화려함을 뽑냅니다. 하지만 광주의 5월은 늘 무겁습니다. 5월 광주에는 43년 전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헌신과 위로, 슬픔이 공존합니다.

처절히 투쟁했던 그들이 영원히 잠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기타의 슬픈 음률이 흐릅니다. 80년 광주에서 희생당한 고 전영진씨 묘비 앞에 고인의 부친과 지인 기타리스트 서만재씨가 섰습니다. 서씨가 슬픈 연주를 시작하자 고인의 부친은 눈물을 삼킵니다. 푸른 잔디와 차디찬 묘비의 풍경이 순간 멈추고 기타 연주가의 손가락만 움직입니다.

오늘 살아 있는 것,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 부끄럽게 살아남은 사람은 그저 눈물을 참으며 슬픈 연주를 들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펄럭이는 작은 태극기와 내리쬐는 햇볕이 그들의 머리 위와 기타 위에 부딪치며 순간이 영원이 됩니다.

‘라 그리마’(Lagrima). 기타리스트가 묘 앞에서 연주한 곡의 제목입니다. 스페인어로 눈물이란 뜻입니다. 살아 있기에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는 오늘이 있습니다. 그렇게 광주의 5월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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