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지는 ‘사고 산재’는 세간의 주목을 받습니다. 사고 현장이 참혹하고 자극적이기에 언론도 사고 경위와 원인을 세세히 취재해 보도합니다.
문제는 질병 산재입니다. 작년 질병 산재 사망자는 1349명으로 사고 산재 사망자(874명)의 1.5배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5년간 질병 산재 사망자는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특히 직업성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은 10~15년 동안 잠복하다 갑자기 발병해 서서히 재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직업 간 의학·과학적 인과관계가 역학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규명돼야 산재로 인정합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역학조사 평균 소요 일수는 3년간 356일에서 550일로 늘었습니다. 재해자는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생을 마감합니다. 남은 가족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와 미안함만 남긴 채 떠납니다. 언론은 긴 투병 생활을 추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떨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지는 현장이 우선이었습니다.
역학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한겨레가 만난 노동자들은 병원비를 대기 위해 노후 자금을 털었고,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돈을 빌렸으며, 비급여 진료 청구서를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5년간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사망한 노동자가 111명입니다. 국가가 ‘일하다 병에 걸렸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됩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역학조사 처리 절차 개선을 위한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