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돈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과연 19%의 웃돈을 얹어주며 거래할 수 있을까.
예산 201-01. 흔히 사무관리비로 불리는 예산이 쌈짓돈으로 쓰이는 일은 공직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모성 물품 구입에 쓸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물품을 끼워서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었다. 올해에만 전남도청이 편성한 사무관리비는 769억원에 이르렀다.
전남도청 모 부서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공적 물품에 사적 물품을 끼워서 구매하다 한 공무원이 적발됐고 감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을 접하자마자 취재에 나섰다. 사적 물품을 구매하는 창구는 공무원노조가 운영하는 전남도청 매점이었다. 물품구매 대행의 명목으로 19%의 수수료를 얹어서 결제가 이뤄지는데 온전한 물품의 값도, 19%의 수수료도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정황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예산을 편성한 전남도청은 구조적 잘못을 인정하는데, 물품구매와 거래의 창구였던 매점의 실제 운영주, 공무원노조는 잘못이 없다고 반발한다. 전남도청에서는 전수 감사에 나섰고, 시민단체는 제 식구 감싸기 식 처분을 우려했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외면한 공직사회에서 처절한 반성은 실종됐다. 도리어 세금을 이용한 은밀한 쇼핑을 지적한 언론을 상대로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 지경이다. 취재 보도는 진행형이다. 전남도청 어떤 부서, 어떤 공직자가 세금으로 스마트워치를 샀는지, 태블릿PC를 샀는지, 명품 넥타이와 양념통, 쌀과 잡곡, 홍삼을 샀는지 실체가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