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30초에 못 담은 공연, 팟캐스트서 술술 풀어보니

[인터뷰] 문화 콘텐츠 '커튼콜' 연재 김수현 SBS 문화전문기자

공연이 끝나고 커튼이 내려온다. 배우들은 커튼 뒤로 사라졌지만, 객석에선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이어진다. 잠시 후 다시 열리는 커튼. 무대의 주인공들이 관객들과 또 한 번 마주한다. 찬사와 환희, 감동이 어우러지는 이 순간을 ‘커튼콜’이라고 한다. 커튼콜은 김수현 SBS 문화전문기자에겐 더욱 특별하다. 4년 넘게 연재한 오디오·영상·텍스트 콘텐츠 ‘김수현의 커튼콜’이 그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서다.


김 기자는 지금 “4차 문화부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1993년 SBS에 입사해 여러 부서를 거치다가 문화부에 네 번째로 왔다는 뜻이다. 1차 시기는 입사 6년차 무렵이었다. 처음 문화부 발령을 받았을 때, 그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막연히 동경하던 예술 무대를 취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었다. 문화부 생활은 역시나 즐거웠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커졌다. 1분30초에서 2분 남짓한 방송 리포트는 살아 숨 쉬는 예술을 담기엔 비좁게 느껴지곤 했다.

1993년 SBS에 입사해 네 번째 문화부 생활을 하고 있는 김수현 문화전문기자는 2019년 연재를 시작한 문화 전문 오디오·영상·텍스트 콘텐츠 ‘김수현의 커튼콜’을 4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김수현 제공


“신문은 지면이 다양해서 여러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는데, 방송에선 쉽지 않아요. 8시 뉴스에 나가려면 큰 공연이나 대형 이벤트여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점이 아쉬웠어요.”


1차 문화부 시기를 지나 여느 기자처럼 부서를 옮겨 다녔다. 사회부는 사회부대로, 정치부는 또 정치부대로 재미와 보람을 찾으며 일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엔 늘 문화부로 돌아가길 바랐다. 부서 순환으로 세 번의 문화부를 경험하는 사이 훌쩍 세월이 흘렀다. 보직 간부를 지낸 뒤 2018년, 곧장 현장 기자로 돌아왔다. 언제나 바랐던 문화부에서 4차 시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21년부턴 문화분야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부서도 좋았지만, 문화부가 가장 재밌고 적성에도 잘 맞았어요. 처음엔 유명한 사람이 내한하거나 엄청나게 큰 공연이 열리면 저도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흥분하고 그랬거든요. 이제는 더 작은 공연에 눈길이 가고 문화행정 쪽의 구조적인 문제도 들여다보게 돼요.”


올해 31년차인 그는 여기 문화부가 기자로서 마지막을 보낼 무대라고 생각한다. 문화 전반을 다루는 팟캐스트 ‘김수현의 커튼콜’을 시작한 이유다. 커튼콜은 SBS 팟캐스트 브랜드 ‘골라 듣는 뉴스룸’의 한 콘텐츠로 2019년 6월 처음 방송했다. 연극, 뮤지컬, 기악, 케이팝, 오페라, 발레 같은 공연뿐 아니라 미술, 영화, 미디어아트, 평론 등 ‘문화’와 관련한 모든 게 커튼콜의 주제다. 배우, 가수, 성악가, 연주자, 무용수, 뮤지컬 연출가와 음악감독, 지휘자, 작곡가…. 수많은 예술가가 커튼콜을 찾았다.


김 기자는 또 다른 진행자인 이병희 아나운서와 함께 매회 초대 손님을 모시고 “예술적 수다”를 떤다. 매주 업로드되는 커튼콜은 어느덧 170회를 넘어섰다. “4차 시기에 접어들 때 여기서 현장 기자로 끝까지 가겠구나 했어요. 그럼 이제 무엇이든 변동성 없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방송뉴스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보려고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마치 한풀이랄까요?(웃음) 그동안 취재해놓고 미처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요.”


왠지 ‘예술’은 다가가기 어렵지만, 커튼콜은 문턱이 낮다. 방송뉴스나 대담처럼 엄숙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다. “팟캐스트 형식 덕분에 진행자도 게스트도 부담이 덜해서 더 재밌고 깊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커튼콜에 출연한 예술가들은 ‘이런 이야긴 여기서 처음 한다’고들 한다. 김 기자 역시 예술가들과 진한 대화를 나누며 울고 웃는다. 그들과 수다 떠는 한두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오디오 콘텐츠로 시작한 커튼콜은 유튜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보이는 라디오’처럼 팟캐스트 녹음 현장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데, 조회수가 보통 수만에서 수십만에 달한다. 김 기자는 커튼콜을 온라인 기사 형식인 ‘취재파일’로도 풀어낸다. 종종 커튼콜에서 나온 이야기로 TV 뉴스 리포트까지 제작한다. 얼마 전부터는 SBS의 지식구독 채널 ‘스브스프리미엄’에 ‘커튼콜+’ 연재도 시작했다. 일반 취재업무에다 매주 커튼콜 게스트 섭외와 사전취재를 도맡고,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만드는 31년차 기자. 그는 가장 바쁜 문화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커튼콜을 다듬어가면서 발전시키고 싶어요. 지금의 CCTV 같은 영상을 숏폼으로 재가공하면 주목도가 높아지겠다, 커튼콜+ 형식을 어떻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하죠. 너무 바쁘고 가끔 버겁기도 하지만 ‘잘 보고 있다’는 한 마디에 힘이 나요. 예술가들이 편히 와서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뿌듯함도 있고요.” 김 기자에게 커튼콜 콘텐츠는 ‘커튼콜’ 그 자체의 의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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