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주요 신문사들, 발행중단·대량해고 직면"

[인터뷰] 세계기자대회 참가한 오스트리아 '디 프레세' 수잔나 기자

오스트리아에서 온 수잔나 바스타올리<사진> 기자는 이번 세계기자대회 내내 한국 언론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기자들 처우는 어떤지 누구보다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자국 매체들의 페이월(유료구독)에 대한 고민, 젊은 세대가 기자로 일하기 꺼려하는 분위기 등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방문 일정을 마치고 광명역으로 향하는 KTX 안. 수잔나 기자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오스트리아 양국의 미디어가 겪고 있는 여러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전 세계 언론이 맞닥뜨린 어려움과 여러 시도에 대해 각국 기자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3년차 기자인 그는 오스트리아 주요 신문사인 ‘디 프레세’(Die Presse)의 국제부국장을 맡고 있다. 디 프레세는 1848년 창간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사 중 하나이고, 보수적이며 자유주의 논조의 신문이라고 수잔나 기자는 설명했다. 하루 60~70만부를 발행하고, 고소득·고학력자를 주요 독자층으로 삼고 있는 디 프레세는 지난 2017년 오스트리아 신문사 중에서 가장 먼저 페이월(프리미엄 기사 유료화 방식, 2021년 기준 유료독자 3만3000명)을 도입하기도 했다. 수잔나 기자는 디 프레세가 페이월 도입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페이월 효과가 없을 거다, 독자들에게 별 관심을 받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면서 “비관적으로 시작했는데 그에 비해 생각보다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른 오스트리아 언론사들도 각각 페이월 방식은 다르지만 그렇게 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같이 큰 경쟁 매체가 무료로 기사를 게재한다는 것”이라며 “같은 내용의 기사를 클릭 한 번으로 찾아볼 수 있다 보니 왜 신문사에 돈을 내고 기사를 읽어야 하느냐는 주장도 여전하다”고 했다.


페이월 도입에 비해 영상 콘텐츠 제작은 늦은 편이다. 수잔나 기자는 올해 정도 디 프레세에서 영상 뉴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하며 “한국 신문사들은 주로 어떤 내용을 영상으로 다루는지”를 도리어 묻기도 했다.


수잔나 기자는 어려워진 미디어 환경으로 오스트리아 몇몇 주요 신문사들이 발행을 중단하거나, 인력을 대량 해고하는 상황도 전했다. 그는 디 프레세가 지난달 27일 보도한 비너 자이퉁(Wiener Zeitung) 폐간 소식을 다룬 기사를 보여주며 “비너 자이퉁은 정부 소유 신문사이지만, 정부의 관여를 원치 않는 독립적인 매체였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훌륭한 신문이었다. 신문 인쇄 등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언론인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미디어 미래가 불투명하고, 기자 보수가 적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열정 많은 젊은 세대들도 결국 기자로 일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한국 언론이 겪는 상황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동안 평창 동계 올림픽 준비 과정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취재 등에 나서며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던 수잔나 기자는 한국에 대한 기사를 “네 번이나 썼다”며 남다른 관심을 표했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북한 미사일 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통일이 되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한국을 취재해 왔기 때문에 DMZ 방문이 기자로서 흥미로웠지만, 역동적이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부산의 모습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인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다양한 분위기를 기사에 담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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