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 '한겨레'가 어떻게 다가가고 있나…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와이드 인터뷰] '김만배 돈거래 사태' 위기 속 취임한 최우성 한겨레 사장

편집국 전 간부의 돈거래 사건이라는 위기 속에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취임했다. 최 사장은 지난 2월8일 치러진 선거에서 54.8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난 10일 오후 최 사장의 집무실에서 2시간 40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임 사장으로서의 포부와 공약 실현 계획 등을 물었다. /한겨레 제공

어느 때보다 엄중한 위기 속 사장이 됐다. 대표이사 선거 직전 편집국 간부가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거액의 금전 거래를 했다는 ‘돈거래 사태’가 터졌다. 당초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 관련 내용을 캐치프레이즈로 하려 했으나 회사가 창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며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를 내걸었다. 지난달 25일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취임한 최우성 한겨레 사장의 얘기다.

최 사장은 한겨레 자회사를 거쳐 2006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금융팀장, 산업팀장, 경제팀장, 토요판 초대 팀장, 한겨레21 편집장, 논설위원, 경제산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9월부터 미디어전략실장으로 일해 오다 지난 2월8일 한겨레신문사 주주사원들의 직접선거에서 54.8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언론사 디지털 전략 부문에 몸담았던 사람이 사장이 되면 어떤 변화를 이끌지 궁금했다. 한겨레 한 구성원은 “자신이 경험한 사장 선거 중 가장 우수한 정책 선거”라고 평했고, 다른 구성원은 “공약한 시스템 개혁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겼다. 지난 10일 오후 사장 집무실에서 최 사장을 만나 2시간 40여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임 사장으로서 포부와 공약 실행 계획 등을 물었다. 다음은 최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장 선거 이후 인수팀을 꾸릴 새도 없이 전임 사장 조기사퇴에 따라 사장직을 맡으셨다. 소회는 어떤가.
“두 달 사이 인생이 바뀌었다. 하루하루 긴장감의 연속이다. 회사는 지금 3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어느 언론사나 마찬가지로 산업 전체가 바뀌고 있는데 대비를 잘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고,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또 하나는 올 초 한겨레에서 불행한 사건(돈거래 사태)까지 터져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해법을 가지고 세 가지 위기를 다 돌파할 수는 없는 거고, 각각 해법이 다를 터다. 중구난방이 안 되도록 정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잠을 2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머릿속에 늘 ‘오늘 회사 가면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보통 입사 20~30년차 정도 사장에 선출됐던 기존 사장들을 봤을 때 근무 연수가 낮다. 한겨레 구성원은 신임 사장에게 어떤 걸 기대한다고 보나.
“한겨레 구성원들이 조금은 다른 시각, 다른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다른 후보보다 경험치가 좀 다르다보니 그게 신선함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 30년 가까이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이 많이 얽혀 있어 뭔가를 바꾸려 할 때 쉽지 않고 사고의 틀이 굳어져 있는 측면도 있다. 기존 관행이나 조직 문화에 자유롭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중요한 건 온갖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있어도 그걸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문제이다.”


-사장 출마 캐치프레이즈가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였다. 취임사에서도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가 왜 주저앉았다고 진단하나.
“사실 올 초 사건이 아니었다면 디지털 전환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았을까 싶다. 선거 국면이 시작되기 직전에 일이 터졌고, 자연스럽게 그때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이 터지고 석 달 정도 지났는데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뎌왔나 싶다. 그때는 누구나 회사에 나와 지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 다들 돌덩이를 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동안 구성원들은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신뢰가 있다고 여겨왔는데 어느 순간 그런 믿음이 깨진 거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 보자는 의미에서 ‘일어서자’는 표현을 썼다.”

-한겨레 35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창업의 시대, 관리의 시대 다음인 “3세대 리더십이 절실한 순간”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한겨레와 같은 벤처 성격이 강한 기업들을 보면 초기엔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 매일 치열하게 토론하고 싸우는 것 같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성장하는 시대라 수치나 매출이 늘고, 회사 위상도 엄청나게 커진다. 하지만 성장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곳곳에 구멍이 생겨나고 어느 순간 한 번의 위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한겨레 같은 경우 2003~2004년에 찾아온 이른바 비상경영체제이다. 80여명 가까이 회사를 떠난 큰 위기였다.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 손익을 민감하게 따지고, 안정적으로 유지를 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두려움, 불안감이 컸다. 그 시기가 15년, 20년 정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2000년대 초반까지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이후 20년 간 쭉 정체돼 있다. 다시 한 번 도약하지 못하는 거다. 저는 그런 시대에 합류했고 그런 데서 느낀 갑갑함이 컸다. 후배 세대들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일을 해왔다. 소강상태에서 벗어나 변화할 수 있는 힘이 쏠리지 않으면 앞으로 한겨레가 의미 있는 언론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어떤 하나의 방향으로 확 밀고 가야한다는 게 저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1988년 창간 이후 한겨레는 신뢰라는 단어와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렇게 쌓아 올린 ‘신뢰의 한겨레’가 돈거래 사태로 무너졌다. 3월25일 주총에서 주주들이 “날 선 언어와 거친 몸짓으로 충격과 상실감을 토해냈다”고 했다.
“회초리 맞을 준비를 하고 갔다. 주주 33명 정도가 발언하셨고, 초기에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비난도 하셨다. 그만큼 상처받았다는 거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분들도 애정이 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더라. 어떻게 보면 한겨레의 복이다”

-편집국 간부 돈거래 사건 이후 진상조사위가 꾸려졌고, 두 달 가까이 사내외 인사 52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담아 80쪽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공약집에서 ‘신뢰 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편집인, 뉴스룸국장,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얘기를 나눴다. 보여주기식으로 하지 말고, 시기를 못 박는 등의 형식적인 건 접어두자고 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받은 상처도 있고, 여전히 구성원 사이에 해소되지 않은 생각의 차이들도 분명히 있어서 내부 논의로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작업부터 하고자 한다. 그게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외부에 다시 한 번 다짐 차원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단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부터 몇 차례 만들려고 한다. 별 내용도 없어 보이는 진상보고서 하나 내놓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신뢰라는 단어의 뜻이 굉장히 복합적이다. 요즘엔 그저 좋은 기사나, 공적인 가치가 있는 기사를 쓴다고 해서 독자들이 신뢰하진 않는다. 일단 내 삶에 대한 연관성이 분명한 기사들을 신뢰하고 높은 평가를 매긴다. 한겨레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부터 시작해 한겨레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다가서고 있고, 어떤 효능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같이 맞물려져야 한겨레의 신뢰 프로젝트가 완성이 되지 않을까. 넓은 틀에서 미디어 전략 측면에서 한겨레 신뢰도를 상승시키기 위한 중장기적인 플랜을 고민하고 있다.”


-구성원 대상 토론회는 어떤 주제로 열리는 건가.
“처음엔 취재 시스템 특히 법조 취재 시스템 관련해 토론하고, 매번 주제를 좁혀서 해보려 한다. 필요하면 발제도 하고 회사 구성원 중 관심 있는 사람들 다 모이는 ‘만민공동회’처럼 한번 해보려 한다. 5월 전에 할 것 같고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 건으로 기자들도 상처받았지만 경영관리 직원들은 기자 직군에 상처를 받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직군 간 어떤 대화의 장이 필요하긴 하다.”

-‘돈거래 사태’로 인해 법조 출입처 취재 관행과 한겨레 법조팀의 취재 역량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뉴스룸국장도 이번 인사에서 법조팀 인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법조 기자단 탈퇴를 결심한 건 아니었다. 법조 기자단에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저도 기자단 탈퇴가 과연 우리에게 득이 될지 조금은 회의적이다. 뉴스룸국도 검찰이나 법원을 출입하지 않는 법조팀 기자를 두는 방식의 실험을 하고 있다. 법조 기사를 다루지만 이른바 취재단에 들어가지 않고 시민사회 영역, 사법개혁과 관련된 단체 내에서 기사를 쓰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편집국을 뉴스룸국으로 개편하고 뉴스총괄과 서비스총괄을 신설했다. 무엇보다 ‘서비스’라는 단어가 포함된 직책이 눈에 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는 건 곧 서비스 업체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정체성 변화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적어도 우리가 무게 중심을 B2B에서 B2C로 옮겨간다는 정도의 문제의식이 공유돼야만 디지털 전환은 성공할 거다. 우리가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린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 하는 이유는 전환을 주로 생산 공정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기사 출고를 신문에 할지, 온라인에 먼저할 지' 같은 고민은 생산자 중심의 입장이고, 독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기엔 기사가 얼마나 나한테 편리하게, 빨리 서비스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실 인사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인력이 제한돼 있어 ‘소는 누가 키우나’ ‘현장에서 취재할 기자가 없는데 무슨 서비스를 하느냐’ 등의 이런저런 반발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생산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마케팅으로 판매하는 과정도 중요하듯 ‘프로덕트’ ‘서비스 저널리즘’의 중요성이 커졌다. 뉴스총괄, 서비스총괄은 동등한 부문이라는 걸 인식 시켜주고 싶다. 뉴스총괄이 10기고 서비스총괄이 16기다. 예전 같으면 소위 ‘말발이 안 먹힐’ 수도 있는데 뉴스룸국장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동등한 부문이고, 운영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영희 편집인, 박현 뉴스룸 국장에게는 무엇을 주문했나.
“이번에 4대 본부(경영관리본부, 광고·사업본부, 미디어본부, 전략·마케팅본부) 체제로 틀을 바꾸어 편집인이 미디어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기존 편집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미디어 전반의 전환을 본부 리더로서 강하게 끌어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뉴스룸국장에겐 디지털 전환은 전사적으로 끌고 나갈 테니 한겨레 저널리즘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 좋은 기사를 쓰는 데 치중해 달라 했다. 역할 분담일 수도 있고,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김영희 편집인, 이주현 뉴스총괄, 황예랑 미디어전략실장 등 주요 직책에 여성들이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주요 취재부서장들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있다.
“특수한 국면이 있었다. 편집인이 6기인데 전체적으로 6~10기 그룹의 여성 기자 비율이 낮다. 또 주요하게 활동하는 여성 기자들이 국·실장 논설위원 등에 배치되다보니 부장을 할 여성 기자가 부족했다. 그래서 여성 국·실장이 늘어나긴 했지만 중간이 비어버렸다. 그 부분은 저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뉴스룸국장 등 지도부가 전임 국장 때와 비교해 기수가 올라갔다. 뉴스룸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젊은 부장들이나 현장 기자들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현장과 다른 시각을 고집해 자칫 불통 리더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뉴스룸국장이 젊으면 소통을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캐릭터가 굉장히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본다. 제일 중요한 건 부장들인 것 같다. 실제로 회사가 생동감 있고 역동적으로 굴러가려면 부장들 사이에 토론이 굉장히 잘 돼야 한다. 그러면 부서 간 칸막이도 훨씬 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부장들은 그런 면에선 괜찮을 거라고 본다. 현장과의 소통도 팀이나 부서 단위에서 훨씬 더 생동감 있는 토론으로 이뤄지면 좋겠다.”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9월과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벌어진 2021년 11월 한겨레는 취재 기자들이 데스크의 편집 방침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냈다. 어떤 사안을 두고 세대별 인식 차이가 두드러지다 보니 선후배 간 앙금이 남아 있다고 들었다.
“시니어, 주니어 구분이 단일하지 않고, 한겨레 내부엔 4~5세대가 존재하는 것 같다. 3~5년차에게 선배는 10년차인 거다. 그만큼 생각이 다양해지면서 사안에 따라 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한편으로 불안정해 보일 수 있고, 한겨레가 유독 더 그렇다고 느낀다.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선배, 후배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회사라는 걸 인정부터 하고, 같이 토론하는 게 출발점일 거다. 또 다른 의미에서 그걸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게 저를 포함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겠다.”

-“탈포털과 유료화,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공약을 제시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8~9월 정도에 미디어전략실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거다. 올해 가을 이후부터 부분적으로 로그인 월을 도입하려 하고, 내년 3분기에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시작할 생각이다. 3년 임기를 기준으로 1년 차엔 최대한 기존 매출을 방어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모든 준비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내년엔 유료화 결실을 조금이라도 거두고, 3년 차엔 성공적으로 진척시키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사실 콘텐츠에 대한 정리가 하나도 안 돼 있다. 영상 콘텐츠 중 ‘육퇴한밤’, ‘공덕포차’ 등이 있는데 상품화, 유료화의 관점에서 한번 정리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겨레 본사뿐만 아니라 씨네21 등 자회사까지 한겨레라는 큰 틀 안에서 유료화할 수 있는 콘텐츠 정비 작업도 올해 안에 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24시간 동안 독자를 저희 플랫폼에 붙들어야 하는 거다. 뉴스 이외 프로덕트도 필요하다. 빠르면 2주 후 한겨레 모바일 앱을 완전히 개편해 출시한다. 기존 웹 페이지와는 다른 방식의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배열하고 내용을 채우려는 시도다. 이번 1단계 개편에 100% 다 담지는 못하지만 올해 안에 2단계 작업을 마무리하면 유료화 프로덕트도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로그인 월·유료화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 목표는 무엇인가.
“로그인 월 모델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더 논의를 해보고 준비 상황에 맞추려 열어둔 상태다. 특정 콘텐츠에 대해 유료화를 할지, 이른바 콘텐츠 종량제를 할지 등 페이월 방식도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 100만명 정도를 로그인 회원으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이고, 로그인 회원 중 1~10% 선까지 유료 회원 전환이라는 목표를 두고 해보려 한다. 한겨레 자체 플랫폼에 들어오는 사용자 중 매달 새로 들어오는 독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뜨내기’들이 많은 거고, 한겨레 플랫폼이 다시 와서 볼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오게 하고, 지속적이고, 오래 머물게 하는 거다. 뉴욕타임스와 한겨레를 비교해봤다. 매출, 페이지뷰(PV) 등은 20~30배 정도 차이가 나더라. 나라별 경제 규모, 영어 사용자 등을 보면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중요한 건 영업이익이 한겨레보다 230배라는 거다. 디지털 매출 비중이 올라갈수록 비용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훨씬 더 커진다. 800억대에 머물러 있는 매출을 1000억대까지 늘리는 건 방송사를 인수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영업이익 크기 자체는 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이 갖는 의미는 그런 데 있다.”

-유료화를 시도한 언론사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성공 모델이 없다. 한겨레는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고 보나.
“유료화라는 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독자들의 소비행태를 바꾼다는 측면도 있을 거고 그 과정에서 얻는 독자·고객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거다. 한겨레가 유료화를 한다고 하면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한겨레 커뮤니티가 다른 데보다 훨씬 잠재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커뮤니티를 계속 확대하면 거기서 나오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거라는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또 그 부분을 살려야만 한겨레는 궁극적으로 유료화에 성공할 거다. 유료화 성공 모델이라고 이야기하는 뉴욕타임스의 경험들을 관심 있게 보고는 있지만 거기에 머무르면 안 될 것 같다는 어떤 각오는 하고 있다.”

편집국 전 간부의 돈거래 사건이라는 위기 속에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취임했다. 최 사장은 지난 2월8일 치러진 선거에서 54.8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난 10일 오후 최 사장의 집무실에서 2시간 40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임 사장으로서의 포부와 공약 실현 계획 등을 물었다. /한겨레 제공


-사장 취임 후 구성원에게 유료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셨나.
“아직 기회는 못 잡았고, 미디어전략실 주도 유료화 로드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식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분기에 한 번 씩 진행하는 경영설명회 즈음 구체적인 설명이 있을 거 같다. 이번 인사 때 확실하게 관련 부서에 대량의 인원을 배치했다면 구성원이 유료화 실행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제한된 인원으로 인사를 하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 실제로 유료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전략·마케팅 본부에서 대표이사의 의지가 있는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한겨레의 디지털 수익 모델인 후원회원제는 중단하는 건가.
“큰 의미나 절대적인 비중을 두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계속 사업은 할 거다. 결제 시스템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후원 고객 데이터베이스(DB)는 한겨레의 입장에선 가장 로열티가 높은 데이터다. 심지어 돈거래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도 후원 회원들 중에 나가신 분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힘내라’고 후원 금액을 올리신 분도 있다. 그 숫자가 매출 면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후원 회원이라는 층 자체가 분명히 있어 중단할 이유는 전혀 없다. 자연스럽게 콘텐츠 유료화를 통해서 안정적인 토대를 쌓아두게 되면 그 위 개념인 후원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다.”

-1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디지털 매출 비중을 임기 3년 안에 20%에 근접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어떻게 디지털 매출 비중을 늘릴 수 있을까.
“지적재산권(IP) 사업을 하고 싶다. 한국 현대사의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거쳐 오며 저희만이 갖고 있는 사진 아카이브가 많이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자산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서고에 방치돼 있었다. 디지털화 작업을 해 추가적인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 또 씨네21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들이 있다. 이것도 디지털 자산인데 지금까지 전혀 비즈니스 화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한겨레 온라인 영문판은 광고 한두 개 붙어 있는 채 거의 방치되고 있다. 재밌는 건 영문판 PV가 월등하게 높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숫자는 안정적이라는 거다. 보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본다는 거고 방문자 85% 정도가 외국에서 들어와 유료화를 해도 가격 저항이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유료화를 조금 빠르게 진행하려 한다. 이런 시도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거의 ‘제로’인 상황에서 일정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디지털 매출의 큰 덩치가 포털 수익, 디지털 광고 수익이라 어느 정도 유지를 하겠지만 점진적으로 탈 포털, 유료화를 향해 가고 있어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못한 약간의 소소한 프로젝트들도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의 포털 수익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전송 기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뉴스룸국 내 오픈데스크팀 신설과 연관이 있는 건가.
“저희가 주요 일간지 대비 연간 기사 수가 적다. 전송 시간대 문제도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낮 시간대에 속보 대응 인력이 있어 트래픽을 어느 정도 막아 주면 취약 시간대에 공들여 쓴 기사를 내보내 하루 24시간 고르게 PV가 유지된다. 저희는 이른바 PV 방어용 기사를 쓰는 인력이 없었고 또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 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전략적으로 시간대를 맞춰 전송하기보다 거의 탈탈 털어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기사 수가 부족하고, 트래픽도 안 나오는 편이다. PV만을 늘리기 위해, 장사하자는 차원에서 속보 대응팀을 운영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PV가 지금보다 조금 더 높아져야 하는 건 맞고, 그래야 유료화와 관련된 UV(순방문자 수)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 오픈데스크는 서비스총괄 산하 조직인데 지금의 팀장급 정도는 반드시 이쪽을 경험한 다음 주요 취재부서로 보내려 한다. 이번 인사에서도 오픈데스크에 좋은 인력들이 많이 갔다.”

-한겨레 매출에서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0%라고 밝혔다. 올해 광고 시장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기업들이 광고를 많이 줄였다. 신문사도 그런데 방송사는 40~50% 준 걸로 알고 있다. 올해 같은 경우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1분기 실적이 작년이나, 3년 전보다도 조금 더 안 좋다. 경영관리 파트에선 2007~2008년보다 어쩌면 더 안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긴 하던데 그렇게 되면 안 되지 않겠나.”

-디지털 경제 매체 창간 준비 조직이 꾸려졌나. 디지털 경제매체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나.
“예전에도 경제매체 창간에 대한 나름의 플랜을 이전 경영진에게 전달한 적도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머릿속에는 잡혀 있긴 하다. 이번 인사 때 창간 준비 인력을 발령 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 출범시키려는 계획이었지만, 일이 너무 몰려있어 몇 달이라도 좀 미뤄보자는 생각이다. 꼭 하긴 할 거다. 경제 콘텐츠는 유료화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경제지에서 쏟아내는 콘텐츠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할지 등의 의문은 다른 문제다. 적어도 한겨레의 경제 콘텐츠라는 특색이 있다.”

-사장 취임 이후 내부의 저항,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애초 계획했던 것을 반영하지 못한 건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을 하게 되면 업무가 줄어드는 분야는 분명히 있을 거고, 새로 늘어나야 하는 분야도 있을 거다. 인력 구조조정은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직무 전환 교육 등 회사가 계속 투자해 디지털 서비스, 마케팅 분야로 옮겨줘야 한다. 이번 인사 때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싶었지만 못했다. 지금 경영 파트에서 관리 업무 통합 효율화, 직무 전환 등의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케팅실을 처음 만들었는데 B2C 핵심 업무를 하는 곳이라 많은 인력이 가야했지만 인력을 충분하게 뒷받침하지 못해 아쉽다. 내부에선 누구에게 자리를 주려고 만든 건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에 없던 조직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서 만들었다. 직무 전환 등을 통해 계속 그쪽에 인력을 보낼 생각이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 실행력이 있을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요즘 기자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그거다. ‘막상 해보니 어떠냐고, 사장으로 일한 지 두 달 했는데 하고 싶은 거 몇 퍼센트나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묻더라.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그래도 좀 해보고 싶다고 했다. 건방진 얘기일 수 있지만 다른 언론도 아니고 한겨레가 하나의 성공 모델이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분명히 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대표 진보지 한겨레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한겨레의 기본적인 시대정신은 시대와의 불화, 당대와의 불화라고 생각한다. 80년대 창간 때 한겨레가 ‘민중, 민주’을 주창한 건 그 당시 가장 치열했던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엔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게 뭔지, 한국 사회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맞서 나가는 게 한겨레의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퇴행적이고 사람들이 그것으로 고통받는다고 하면 당연히 우리는 그 문제에 매달릴 거다. 결국 저널리즘의 핵심이겠고, 기본적으로 한겨레 구성원들이 충분히 동의하고 공감할 공통분모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겨레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변화의 시도를 함께해야 할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겨레 구성원은 잠재력이 많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되살리자는 호소를 하고 싶다. 처음 한겨레를 창간한 선배들, 오늘도 남아서 일하고 있는 후배들 모두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 한겨레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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