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산골마을 한 농민의 제보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전력이 불시에 찾아와 5년 동안 사용했던 ‘저온 창고’에 농사용 전기 위약사항이 발견됐다며 위약금을 청구한 겁니다. 처음엔 단순 의혹 제기로만 그칠 수 있었습니다. 유사 사례를 찾으려 일주일 동안 마을 일대를 돌아다니고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450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을 전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단속의 과정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묻지마 단속’, ‘무단침입’, ‘고무줄 위약금’ 등은 모두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었습니다. 광주MBC 취재팀은 사실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한국전력이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단속했음을 명백히 증명했습니다.
이번 취재는 부정한 농사용 전기 단속을 애초에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고 영세농어민을 지원한다’는 농사용 전기 도입의 본래 취지를 중심에 두고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보도 이후 정치권과 농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한전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약관을 조속히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합리한 기준이 있다는 점도 깔끔히 인정했습니다. 취재팀은 한전의 제도 개선 약속이 농촌의 현실에 잘 적용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막내 기자를 믿어주고 현장에서 취재하고 싶은 건 마음껏 다 할 수 있게 해준 우종훈 선배와 왕복 3시간 걸리는 거리를 매주 오가며 현장을 영상으로 생생히 담아준 김상배 선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 이 상은 취재가 자칫 움츠러들지 않도록 뒤에서 힘써주신 보도국, 데스크 선배들과 함께 받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