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00)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튀르키예 지진현장에서 날아온 사진 한 장. 담담한 표정의 남자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삐져나온 손을 잡고 있습니다. 외신기자가 찍은 사진 속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진 딸의 손을 잡고 곁을 지키는 것 뿐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인천공항 출국장. 튀르키예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긴급구호대(KDRT) 대원의 눈가엔 웃음이 번집니다.


“아빠, 해봐. 아~빠!” 화면 속 아이의 앞에서 대원은 손가락을 얼굴에 대고 볼하트를 만드는 아이돌 가수가 됩니다. 험상궂으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한 헐크가 되기도 합니다. 영상통화는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튀르키예로 떠난 118명의 우리 긴급구호대 대원들은 여진이 계속되는 폐허 속에서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돌아왔습니다.


대자연의 움직임에 문명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기적을 알리는 소식도 뜸해졌습니다. 사망자는 그 숫자를 더해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민간단체, 개인의 성금 및 구호물품 전달에 관한 소식은 살아남은 자들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이 돼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만큼 모든 아픔이 얼른 치유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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