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유감

[이슈 인사이드 | 경제]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SM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주주들과 다퉜다. 이 회사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인 ‘라이크 기획’이 충돌 배경이었다. SM은 라이크기획에 음반의 자문·프로듀싱 수수료 형태로 총 160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자문·프로듀싱 대가로는 과도하단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지적이 많았다. 이 전 총괄이 대주주 지위를 악용해 회사 현금을 빼가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주주의 편법행위 의혹이 불거지자 SM은 행동주의펀드의 표적이 됐다. 행동주의펀드는 투자한 기업에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해 이익을 얻는 펀드를 뜻한다. SM 이사진도 덩달아 이 전 총괄에게 등을 돌렸다. 이 전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여러 차례 전 총괄의 불법행위를 폭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급기야 카카오 등과 손잡고 SM 경영권 인수에도 나섰다.


이수만 전 총괄도 대응에 나섰다. 보유한 SM 지분 상당수를 경쟁 엔터업체인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놓고 충돌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SM 경영권 분쟁은 결국 ‘오너 리스크’에서 시작했다. 이 전 총괄이 개인회사를 통해 무리하게 회사 현금을 빼간 것이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SM 사태는 다른 상장사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은 2012년 이후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훼손됐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8000억원 선으로 보유 현금(1조3000억원)을 크게 밑돈다.


지난해에는 흥국생명 지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지분 91.95%를 보유한 흥국생명은 지난해 11월 신종자본증권을 중도 상환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중도 상환하는 것이 그동안 시장의 불문율이자 관례로 통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본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채권 미상환을 선언한 흥국생명을 보고 금융회사 채권 매입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이 여파로 일부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흥국생명은 재차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흥국생명은 태광산업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신종자본증권 상환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지분이 한주도 없다. 태광산업이 지분 관계가 없는 흥국생명에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투자자 항의가 빗발쳤다. 태광산업이 이 전 회장이 지배하는 흥국생명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태광산업 지분 5.8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도 당시 입장문을 내고 “흥국생명 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을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불거지자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지원 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의 후폭풍으로 태광산업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


오너 리스크는 한국 기업들 사이서 심심찮게 포착된다. 재계 전반에 확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흐름을 거스르는 기업들이 적잖은 것이다. 이들이 한국 기업 몸값을 갉아먹고 시장 저평가를 부른 장본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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