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21년 10월,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최대주주가 됐다. 3개월 뒤, 서울신문 특별취재팀이 몇 개월에 걸쳐 보도했던 ‘호반건설 대해부’ 기사 57건이 온라인에서 몽땅 삭제됐다. 이후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계열회사 자료 누락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고 검찰이 기소해 지난해 11월 벌금형을 구형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신문이 공정위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를 연속으로 내보내고, 한편으론 정권 쪽에 치우친 보도와 사설 등을 내며 논조가 변화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이어졌다.
#2. 인천일보는 지난달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전 인천시 대변인을 선임했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박현수 신임 사장은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 14대 인천시장으로 있던 2015년 인천시 대변인을 맡았고, 그 뒤 송도복합단지개발 대표를 지냈다. 인천시장 측근이 인천일보 사장에 임명된 건 세 번째다. 인천일보 구성원들은 대주주인 부영그룹의 송도테마파크 개발사업 추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건설·금융사 등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이들 자본이 사주의 이익을 위해 신문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편집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은 편집위원회와 편집 규약 설치 의무화 등을 신문법에 포함할 것을 주장해 왔지만, 일부 신문사 사주와 신문협회 등의 반대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신문사를 인수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두자는 법안이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8일 “신문사업자 등으로 등록하거나 지위를 승계하여 관할청에 신고하는 경우 편집의 자유와 독립 독자의 권리 보호 등을 실현하기 위한 편집·제작운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 발의자인 홍익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본 권력으로부터 편집권을 독립시키고 언론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의 양심과 자유에 따라 보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법안의 의미를 설명하며 “아울러 투명한 정보의 유통을 통해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언론의 사회윤리적 책임 또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이번에 발의하는 신문법 개정안은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한국 저널리즘을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며 “국회가 정파와 이익을 떠나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진일보를 위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새롭게 신문사 경영권을 쥔 자본들은 직접 작성한 편집·제작운영계획서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나아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제출된 문서를 발판삼아 신문사 종사자들은 편집권 독립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함부로 언론인을 내쫓고, 기사에 부당하게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서울신문과 인천일보의 사례를 들며 “지역 개발사업의 이권 개입을 위해 사주의 지위를 오남용하거나 지면을 동원하는 일이 빈번하다”면서 “이번 신문법 개정안은 편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언론사의 소유구조 변화는 독자에게도 중요한 변화”라며 “신문의 논조가 사주의 이익에 따라 돌변한다면 독자의 권리도 함께 침해된다. 법안 적용 과정에서 사주가 변경될 때 독자에게 고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번 신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한편, 신문사 인수 당시 제출한 편집·제작운영계획서의 이행 여부 및 실적 등을 정부광고 집행 시 반영하는 시행령 개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