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참사가 앗아간 가족… 이순간 함께 있다면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 박종식 한겨레신문 사진부 기자 / 사진보도부문

박종식 한겨레신문 기자

‘세월호, 천안함, 용산, 대구지하철,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40여건의 대형 참사가 있었습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참사에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5월 한겨레 사진부 기획팀은 ‘3D 나이변환 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참사 희생자 가족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참사 희생자의 현재 모습을 구현해 가족사진을 선물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였습니다.


출발점인 섭외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대구 지하철, 천안함, 학교폭력 등 사회적 재난의 희생자 가족들이 나서길 주저했습니다. 가슴에 묻어왔던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다 얼굴이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딸, 아들, 형, 누나, 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가족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보상비를 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 ‘자식 팔아 장사하냐’라는 말들은 이들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몇몇 가족이 응해주셨지만, 그 후에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참사 희생자와 비슷한 나이와 체형을 가진 분을 대역 모델로 구해야 했고,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한데 모아야 했습니다. 희생자 가족분들의 용기와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유가족의 요구는 단 하나였습니다. “용기 내서 카메라 앞에서 섰으니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로 보답해주세요.”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누군가는 삼풍백화점을, 누군가는 성수대교를, 누군가는 세월호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수없이 반복됐던 참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상 및 제대로 된 추모가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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