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는 부산의 굽이친 역사를 닮았습니다. 한국전쟁 때, 살던 곳을 등지고 부산에 내려온 사람들은 산자락에 터를 잡았습니다. 부산항에 뱃고동 소리가 가득했던 1970년대, 하역 노동자와 고무공장 여공에게 산복도로는 값진 보금자리였습니다. 오늘날 산복도로는 사람이 떠나고 빈집만 남아 생활에 필요한 시설조차 낡았습니다. 정부가 2010년대부터 도시재생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수백억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합니다. 그사이 가장 ‘부산스러운’ 이야기는 날마다 흩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차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자”고 2030팀은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산복빨래방’은 두 계절을 보내고 10월31일에 여정을 마쳤습니다. 주민들이 빨랫감과 함께 이고 온 이야기는 24꼭지 기사와 38편의 영상이 되었습니다. “기자인데요, 산복도로를 취재하러 왔습니다”고 해서는 들을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를 톺았다고 자신합니다. 산복빨래방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전하겠다는 우리의 초심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반년 동안 우리는 기자가 아니라 산복도로 주민이 됐습니다.
회삿돈 2000만원을 쓰겠다는 젊은 기자의 발칙함을 응원해 준 데스크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빨래방 운영을 오롯이 책임지고 헌신한 김준용 팀장님, 뛰어난 촬영과 편집 실력으로 영상의 매력을 더한 김보경, 이재화 PD님도 정말 고맙습니다.